미국 중심의 원료의약품 탈중국 움직임 영향이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미국·일본·인도·유럽연합(EU) 등은 최근 민관합동 '바이오제약연합' 출범 회의를 열고 공급망 위기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물질과 중간 단계인 원료의약품의 생산이 중국 등 소수 국가에 집중된 점을 지적하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게 핵심이다.
회의에 참가한 5개국은 향후 민간 합동 '바이오제약연합회의'를 정례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강화 방안을 꾸준히 살펴보기로 했다. 각국의 바이오 정책과 규제, 연구·개발(R&D) 지원 정책 등을 조율해 공급망 리스크를 예방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향후 회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 회의를 주도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미국은 최근 생물보안법을 추진하는 등 의약품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은 오는 2032년부터 중국 제약 바이오 기업(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 등)들의 미국 내 사업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바이오제약연합회의'를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원료의약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한·중 첨단산업의 공급망 구조 변화와 대응 전략'에 게재된 한국의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2022년)을 살펴보면 중국이 34.3%로 가장 높다. 이어 ▲미국 15.9% ▲일본 12.6% ▲인도 7.9% ▲독일 6.1%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중국산 수입 비중이 높은 만큼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 중국이 원료의약품을 무기화해 수출 제한 조처를 내리면 국내에서는 수급 대란이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회"라고 분석했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생산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중국산 원료의약품 가격은 통상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덕분이다. 비(非)중국 국가에서 원료의약품을 조달하면 그만큼 생산 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체 생산을 하자니 중국에 견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챙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 탈 중국 움직임과 관련해 국내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부담을 줄이려면 국산 원료 사용 시 약가를 우대해주는 등의 정부 지원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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