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한화로보틱스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 간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은 유통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로보틱스 사업확장을 꾀해왔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지난해 10월4일 한화그룹은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 사업부 중 협동로봇·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사업을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신설했다. 지분은 ㈜한화가 68%, 호텔앤드리조트가 32% 보유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숙박·레저·식음료 사업장에서 음식 조리,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에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동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한화로보틱스 신설 당시 모멘텀의 알짜사업을 떼서 삼남에게 밀어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 그룹 전체에서 김 부사장이 담당하는 유통(한화갤러리아)과 레저(한화호텔앤드리조트)사업의 매출 비중은 2% 미만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2년,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겸 사장이 2014년부터 주력 계열사에서 경영을 시작한 반면 김 부사장은 경영 참여가 늦었다.
업계에선 삼성·HD현대·두산도 협동로봇을 미래먹거리도 점찍은 만큼 로보틱스 사업이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본선'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목적 무인 차량, 군용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방산, 조선 등 한화의 주력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2년 6600억원에서 2026년 1조9300억원, 2030년 약 13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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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유통 경쟁력' 살린 협업·내부고객 확보 ━
지난해 10월 한화로보틱스는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서울 명품관에서 로봇팔이 꽃을 나눠주는 이색행사를 시현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는 출범과 동시에 협동로봇 HCR-14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HCR-10L를 선보였다. HCR-10L의 경우 동급 하중(10㎏) 대비 가장 긴 구동 범위와 '모션 트래킹·레코딩'(사람의 움직임을 기록해 모방·학습하는 기술)을 탑재해 주목받았다. ▲인공지능(AI) 비전 스마트 솔루션 ▲순찰·보안·용접 등 산업용 자동화 솔루션 ▲푸드테크 솔루션 등 자체 개발 기술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본업인 유통에서 로보틱스 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더 플라자 호텔과 소믈리에 '비노봇' 개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시설 안전로봇 '아르보 S3' 등 계열사 내 내부고객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개발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주방 자동화 서비스 전문기업 웨이브, 급식·외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 배달 플랫폼 우아한형제들 등 다양한 기업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외식업 자동화, 주방 로봇 시스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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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수익성…두산·HD현대와의 경쟁에서 차별화 가능할까 ━
지난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IMTS 2024의 한화로보틱스 행사 부스장에서 신제품 HCR-10L이 모션 트래킹과 레코딩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화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의 최우선 과제는 '빠른 상용화·상품화'다. 로보틱스 분야 국내 점유율 1위, 글로벌 4위에 이름을 올린 경쟁사 두산로보틱스는 총 13개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첫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올 하반기에 고가반하중 협동로봇 등 협동로봇 라인업을 기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는 과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협동로봇 시장이 아직까지 확실한 동력을 얻지 못한 상황인 만큼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확보도 한화로보틱스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로보틱스 분야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부품과 기술의 내재화다. 올해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핵심 부품인 감속기의 국산화를 통해 원가를 30%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협동로봇의 경우 손에 해당하는 엔드 이펙터, 다지형 그리퍼 등의 내재화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아직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라 수익성 등 수치적인 지표에 대한 평가를 논하기는 어렵다"며 "모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가 로봇들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테스트베드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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