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차종의 평가 드라이버인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양성부장.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모리조(Morizo·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모터스포츠 닉네임)는 토요타의 마스터 드라이버인데요 상품의 모든 맛, 즉 최종 방향을 결정하는 책임자입니다. 초대 마스터 드라이버는 모리조의 스승인 고 나루세 히로시라는 분이었어요. 그는 자동차를 요리에 비유하며 중요한 건 첫맛, 중간 맛, 마지막 맛이라고 했는데 저 차를 타보고 싶다(요리를 먹어보고 싶다)고 느끼는 게 첫맛, 실제로 타보고 느끼는 게 중간 맛, 또 타고 싶다고 느끼는 게 마지막 맛이라고 했어요. 모리조는 이를 바탕으로 상품의 맛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시모야마 테크니컬센터에서 만난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凄腕技能養成部·The Advanced Technical Skills Institute Division) 부장은 '토요타가 추구하는 맛'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처완'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뛰어난 실력', '솜씨가 좋은' 등의 의미다. 시모야마 테크니컬 센터가 한국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토시 부장은 "모리조(회장)는 '내가 부장'이라며 '사토시는 부장 대리'라는 얘기를 하시는데(웃음) 이는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다"며 "70여명이 일하는 부서의 부장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은 그만큼 거는 기대가 큼을 뜻하는 것이며 마스터 드라이버인 모리조의 마음을 읽고, 그를 축으로 삼아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최전선에서 함께 하는 부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모리조라는 닉네임으로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는 마스터 드라이버로서 활동하며 차의 여러 품질 방향을 정한다.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모리조'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하다. 직원들도 그를 '모리조'라고 부른다. 과거 토요타자동차 부사장 시절 테스트 드라이버였던 나루세씨를 스승으로 삼고 운전실력을 갈고 닦았고, 2007년 나루세씨가 뉘르부르크링 레이스에 출전할 때 함께 출전한 아키오 회장은 정체를 감추기 위해 '모리조'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안전사고 등을 우려한 탓에 회사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키오 회장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단지 취미생활이 아니다. 그는 토요타에 대한 기존 세간의 평가인 '망가지지 않고 고장나지 않으며 접근이 쉬운 차' 대신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했다. 그가 회장으로 올라서며 이 같은 행보는 본격화됐다.

처완기능양성부가 탄생한 것은 2015년 4월이다. 앞서 1980년대부터 '자동차의 평가를 통일한다'는 목적으로 자동차 평가 부서는 존재했고 2002~2003년에는 감동의 주행을 목표로 하는 'FD'(Fascinating Drive)팀이 결성되기도 했다. 같은 시기 'N팀'이라는 평가조직이 신설됐는데 나루세 히로시의 머리글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두 팀은 역할이 나뉘어 있었지만 '처완기능양성부'를 통해 기능을 통합했다.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를 향한 아키오 회장의 집념이 만든 부서인 셈이다.

사토시 부장은 "과거에는 브랜드에 따라 통일되지 않은 방향성을 보였지만 마스터 드라이버 제도를 도입한 이후 드라이버가 의도하는 감성을 통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GR(고성능 브랜드 가주레이싱의 약자)은 모터스포츠이기 때문에 가속이나 감속 등을 할 때의 감성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엔지니어들이 눈에 보이는 수치로만 자동차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평가 드라이버의 관능 평가, 승차감 등을 다듬으며 방향을 맞춘 상황이다.

야부키 히사시 주사도 차의 품질 완성도를 체크하며 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처완기능양성부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는 총 5개 등급으로 나뉜다. Z, 중급, 상급, S1, S2가 있다. Z급은 지도원이 동승한 채 시속 120km까지만 가속할 수 있고, 중급은 시속 160km, 상급은 200km까지다. S급은 시속 250km 이상이고 이 외 각종 스킬을 다룰 수 있는 기준과 평가항목 등이 있다. 모리조는 현재 가장 높은 S2 등급이고 한 명 뿐인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마스터 드라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이버는 1년에 한 번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올해 3월 문을 연 시모야마 테크니컬센터에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유사한 설계를 갖춘 테스트 트랙이 존재하며 이곳에서 다양한 평가를 진행한다. 여러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한 시설인 만큼 약 3000여명이 함께 근무한다.

야부키 히사시 주사는 "도로의 구조가 완전히 같다기보다 브레이크의 방향, 가속의 방향, 좌우 입력, 점프 등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을 뉘르부르크링과 비슷하게 설계했다"며 "차가 받을 수 있는 부하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뉘르부르크링 주행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도 5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시모야마 테크니컬센터 지도.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테크니컬센터 개발 과정에서 지역사회 반발은 없었을까. 야하기 시모야마센터 프로젝트 제너럴 매니저는 "토요타만의 생각으로 짓는게 아니라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서 투자, 집행, 추진했다"며 "운영에 있어서도 환경과 관련해 지역 사회와 충분히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문제가 있다면 이해를 위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토시 부장은 입사조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며 "운전 스킬과 기계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필요하고 무엇보다 모리조의 마음을 읽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