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자영업(소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이동통신3사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1월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음식점에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외식업 폐업 건수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외식업 폐업 건수는 1만95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191건) 대비 1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기는 외식업뿐 아니라 전체 사업자에게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영업의 위기는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아서다. 여기에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해지면서 내수 위축이 극심해졌다.
위기는 어제보다 오늘 더 깊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100.7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9% 감소하며 10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감소 흐름으로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에서도 보지 못한 심각한 불황이다.
자영업의 위기 속에서 소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통신3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 3사는 포화 상태에 이른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소호 시장을 기업의 거래(B2B) 영역의 핵심 축으로 선정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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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솔루션, 실질적인 고충과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통신 3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사진은 LG유플러스가 더본코리아와 함께 지난해 만두가게 ‘식당연구소’ 1호점을 운영한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제공
소호 시장 점유율 1위는 KT가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소호 특화 상품 '사장님 성공팩'을 출시하며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KT는 지난 4월 기존 상품을 개편한 '으랏차차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패키지는 ▲하이오더 ▲서빙로봇 등 첨단 매장 솔루션을 통합 제공해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지원하며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광고를 제작하고 소상공인 매장 인근 지역에 인터넷(IP)TV '지니TV' 방송에 송출하는 사업도 개시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소호 전용 통신 결합 상품 '우리가게 패키지'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4월 '우리가게 패키지 AX(AI전환)'를 선보였다. ▲전화 예약 ▲주문 ▲키오스크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이 솔루션은 자영업자들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식당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의 매장 운영을 돕는 AI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요식업 사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험해보기 위해 이탈리아 식당, 만두가게 등을 차리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까지 AX 솔루션으로 2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하고 시장 점유율의 33%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통신 3사의 소호 시장 공략은 경제 불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기반 POS 시스템은 매출 분석과 재고 관리를 자동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 솔루션은 매장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AI 기반 고객 데이터 분석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호 시장이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자영업자들의 실질적인 고충과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제공하는 디지털 솔루션은 자영업자들의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이 지속 발전하려면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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