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됐다. 사진은 29일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 원인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되면서 조류 충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울타리 외벽과 충돌했다. 사고 여객기의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생존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기체가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 충돌은 항공 업계에서 '하늘의 공포'로 불린다. 항공 이·착륙이나 순항 중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으로 이륙 직후나 착륙 직전 낮은 고도에서 주로 발생하며 엔진과 유압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시 정)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623건에 달한다. 공항공사가 집계한 조류 충돌은 일정 고도 이하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조류 충돌 건수는 2019년 108건에서 코로나19로 항공 운송량이 감소한 2020년 7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109건 ▲2022년 131건 ▲2023년에는 15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조류 충돌이 증가하는 원인의 하나로는 공항 주변의 서식지 감소가 지목된다. 공항 인근 개발로 갈 곳을 잃은 조류들이 공항 내 녹지대로 유입되면서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운항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항공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갈 경우 화재가 발생하거나 랜딩기어와 같은 주요 시스템의 작동이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시속 300㎞로 비행하는 항공기가 1㎏ 무게의 새와 충돌할 경우 약 5톤에 달하는 충격이 발생한다. 충돌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새는 약 30m 이내에 물체가 접근해야 피하는 습성이 있어 고속으로 접근하는 항공기를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시장은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매년 약 1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비롯해 전국 공항은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사고를 100% 막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대부분 공항은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 대응하고 있으며 전담 인원을 투입하고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한다. 총포·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을 활용하고공군은 전국 기지별로 운항관제반에 조류 퇴치팀인 일명 '배트'(BAT:Bird Alert Team)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