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건물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사진=뉴시스DB
15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정련 아연 생산력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라며 "(한국이) 중국에 매우 매력적인 타깃이자 그들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노출돼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최근 한 사모펀드가 세계 정련 아연 1위 기업인 고려아연 인수에 나섰다"며 "해당 사모펀드의 주요 LP 중 하나로 CIC(중국투자공사)가 포함돼 있어 (고려아연의)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핵심 광물이 중국으로 광범위하게 기술이 넘어갈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에 나선 펀드는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매각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종속을 초래할 위험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패권 경쟁에 승기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자원 무기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항공 우주산업 등 미래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희귀금속의 수출을 제한해 전 세계 공급망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등에 대한 대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안티모니는 탄약, 미사일 등 군사적 용도는 물론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전략적 금속이다. 국내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정한 핵심광물 28개 중 하나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도 안티모니를 전략광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안티모니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안티모니 공급량의 절반가량인 약 8만 3000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투자자가 포함된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시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안티모니의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주요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 및 공급하는 회사로, 연간 생산량은 3600톤에 달한다. 미국 수출도 추진 중으로 향후 수요에 따라 수출량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2014년부터 안티모니 사업에 착수한 이후 안티모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이 생산 및 공급하는 안티모니는 Sb(안티모니) 함량 99.95% 이상의 높은 품질을 보이고 있다.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는 전략이 세워지면서 안티모니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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