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가 25% 이상 될 것이며 관세 계획을 4월2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추진해온 약가 인하 정책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의료비 부담 완화 차원에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용 확대를 강조해왔다. 일각에선 의약품 관세를 다른 분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른다.
K바이오기업, 현지 생산기지 두고 '희비'
국내 의약품 미국 연간 수출액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관세 부과가 실현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의약품 수출에서 대미 수출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출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달러(약 5조708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은 94%에 달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자 선제 조치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이미 대응책을 마련했다. 원료의약품(DS) 수출에 집중하고 필요에 따라 현지 완제의약품(DP) 생산을 확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투자 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이미 확보해 필요시 즉시 생산이 가능토록 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6개월분 물량도 확보해 관세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교적 신중한 자세다. 관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한 기업은 관세 정책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는 미국에 CDMO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시러큐스 공장을 둔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관세 예봉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러큐스 공장은 2022년 CDMO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의약품 관세 부과를 언급했지만 대상이 원료의약품이나 케미컬의약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지 모든 의약품일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의약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유형을 보면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기업들의 대응 방안이 각기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