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경찰관들이 2025년 3월29일 뉴욕시 테슬라 매장 앞에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CEO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들을 주시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잡고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나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 공무원 해고 및 예산 감축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테슬라를 치우자(Tesla Takedown)'는 이름 아래 본격적인 조직 행동에 돌입했다.
30일(현지시각) CNN, AP,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200여 개 테슬라 매장과 서비스센터 앞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억만장자 브롤리가르히(Broligarchy·소수의 부유한 남성 엘리트 집단) 타도", "일론 머스크가 미국을 인수하려 한다"고 외치며 플래카드를 들고 매장을 에워쌌다.

뉴욕 맨해튼 테슬라 전시장 앞에는 수백 명이 모였고 뉴욕주 의원이자 뉴욕시장 후보인 조란 맘다니도 참석해 "세계 최고 부자가 대통령을 매수했다"고 비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약 200명이 시내 테슬라 매장을 포위해 자율주행차 웨이모 차량이 혼잡을 피해 멈춰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전까지는 산발적이었던 반(反) 머스크 시위가 이날 처음으로 전국 277개 테슬라 전시장·서비스센터를 동시 포위하는 조직적 시도로 확산된 것이 특징이다.

시위는 미국을 넘어 호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다. 영국 런던 테슬라 매장 앞에는 20여 명이 모였고, 차량 경적을 통해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런던 시위에 참여한 미국인 캠 휘튼은 "우리는 시끄러워지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중 일부는 머스크가 나치식 제스처를 했다는 주장을 풍자한 피켓을 들고 등장했고, 테슬라 로고를 스와스티카(나치 문양)로 바꾼 이미지도 등장했다. 주최 측은 "비폭력, 평화적 저항 운동"을 강조하며 테슬라 차량이나 매장에 대한 파괴 행위는 지양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테슬라 차량과 주식 매도 운동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존 큐잭, 민주당 재스민 크로켓 하원의원 등도 이번 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테슬라 매장 인근에는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며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최근 머스크를 겨냥한 폭력 행위가 늘자 "국내 테러 행위"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