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원 전 흥국화재 대표가 농협손해보험 사외이사진에 합류했다./사진=흥국화재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면서 보험사들이 경쟁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신한라이프가 김병윤 전 미래에셋생명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NH농협손해보험이 권중원 전 흥국화재 사장을 사외이사로 결정한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가 실적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진을 전격 교체하는 등 쇄신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농협손보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권중원 전 흥국화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 대표의 임기는 2027년3월31일까지다.


농협손보는 권 전 사장이 보험사 CEO를 역임한 보험 전문가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농협손보가 경쟁사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1960년생인 권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 입사, LIG손해보험 경영기획담당 상무, LIG손해보험 상품보상총괄 전무, KB손해보험 상품보상총괄 전무 등을 역임했다.


2016년 12월 흥국화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권 전 사장은 2017년3월 흥국화재 사장으로 승진했다. 흥국화재 사장에서 사임한 것은 2022년 6월이다.

보험업계에서 권 전 사장은 재무와 기획 분야를 맡아 '재무기획통'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흥국화재에서 근무하며 2023년 도입한 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건전성 향상에 주력했다.

현재 농협손보에 최대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022년 1147억원, 2023년 1133억원, 지난해 1036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IFRS17에서 수익의 핵심은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다. CSM은 부채인데 일정 시점마다 상각돼 수익이 된다. 한 상품이 10년 동안 100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 매년 10억원이 보험사의 수익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CSM 상각이익은 CSM이 많을수록 커지고, 수익(보험손익)으로 직결된다. 농협손보를 포함한 중하위권 보험사는 CSM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중소형 보험사는 대형 보험사와 경쟁하기 위해 더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계약 해지 시 돌려주는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가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보험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진을 새로 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