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기존 3조6000억원이었던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조달한다는 방안을 정정 증권신고서로 제출했다. /사진=김서연 기자
'한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유증'을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1조3000억원 축소했다. 주주 배정 물량은 줄이고 제3자배정 방식을 통해 오너일가 지분 100%인 계열사를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유증 발표 이후 제기된 주주·시장·시민단체의 반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배정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조달한다는 방안을 정정 증권신고서로 제출했다.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에는 기존과 동일한 15% 할인율이 적용된다. 3자배정 유증에 참여할 계열사는 할인 없이 인수하며 해당 주식에는 1년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현재 한화에너지 등은 이를 조건으로 신주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일반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를 최소화하고 오너일가에 대한 특혜 논란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기존 3조6000억원 유상증자 규모에서 일반 주주의 희석률은 약 13% 수준이었으나 이번 구조 변경으로 약 9%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4월말까지 유상증자 일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3자배정 참여 계열사 확정과 발행가액 산정은 4월20~21일 부근으로 예상된다. 발행가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주가는 기준일 전일 종가, 1주일 평균가, 1개월 평균가 중 가장 낮은 값으로 산정된다.

회사는 지난 3월20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지분 거래가 주주들과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설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한화오션에 1조3000억원을 몰아준 뒤 해당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분 희석을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해소하기 위해 한화그룹은 지난 3월3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유 지분 전량을 김동관·김동원·김동선 형제에게 증여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다만 증여 방식이 증여세 절감 구조로 설계된 점, 증여 시점이 유상증자 및 지분거래와 겹친 점 등을 근거로 특히 승계와 재무 부담을 유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김승연) 회장께서 승계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을 보고 논란을 끝내버리겠다는 빠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무엇이 가장 문제였는지 되돌아보게 됐고 유상증자 규모가 너무 컸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시장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유상증자 구조를 조정하게 됐다"며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서 성공적인 투자와 밸류업,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과 재무 구조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