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이 2023년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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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환율 고공행진… K-조선, 고환율에 '미소'━
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67.8원)보다 5.4원 오른 147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점이자,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으로 143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급등하며 1480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환율 급등의 배경엔 격화하는 미중 갈등이 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미국은 중국이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9일 5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자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원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조선업계는 환율 상승을 반긴다. 대부분의 제조 기업이 고환율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것과 대비된다. 조선사는 달러로 선박 계약을 체결해 환율이 오르면 같은 배를 인도해도 더 많은 원화를 벌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 100달러의 선박을 수주해 2년 뒤 인도한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를 경우 조선사는 1만원의 환차익을 남긴다.
조선업계는 산업계에서 가장 열심히 헤지를 하는 업종 중 하나다. '헤비 테일'(Heavy-tail) 방식으로 해외선사로부터 상당 기간 후에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 조선사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파생상품(선물환 매도계약) 거래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면 조선사는 약속한 시점에 환율이 바뀌더라도 1달러를 1000원에 교환할 수 있다.
환 헤지 비율은 조선사마다 다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회사의 전략에 따른 헤지 전략을 펴고 있으며 통상 70% 이상 환 헤지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중공업은 100% 헤지 전략을 고수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한다.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469억원의 외환차익을 거뒀다. 2023년 71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1.6% 증가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외환차익은 3159억원, 377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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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對) 中 제재 강화… 선사들 한국 조선소로 눈 돌려━
조선사들은 미중 갈등에 따른 무역장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국이 대(對)중 규제를 강화하자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이 아닌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항만 입항 수수료 부과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자국 산업 구제책을 제안했다. 구제책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1회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순선박 용적물에 톤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방안을 담고 있다.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하면 해당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 보유 비율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수년간 중국 조선사의 '단골손님'이었던 그리스 해운사 캐피탈 마리타임은 지난달 한화오션에 초대형유조선(VLCC) 2척을 발주했다. 추가로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조선에 컨테이선 20척을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재호 HD한국조선해양 전무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중 갈등 고조로 인한 리스크 회피 목적으로 선주들의 중국 발주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민 한화오션 상선사업부 영업기획팀장도 실적 설명회에서 "미국의 불공정 거래 제재 강화,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조선소 블랙리스트 등재 등으로 한국 조선소의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한국을 주목하면서 국내 조선업의 수주 점유율도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50만CGT(표준선환산톤수·58척) 가운데 한국은 82만CGT(55%)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은 29만CGT(7척, 14%), 중국은 135만CGT(37척, 65%)를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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