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겸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로이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 이후 뉴욕증시가 20% 가까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한 국내 개인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기술주와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급락 여파로 이틀 새 서학개미들이 입은 평가손실은 14조원을 넘어섰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일과 9일 사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상위 30개 종목 보관금액은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에서 9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로 줄었다. 감소액은 약 10억달러 한화로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별도 매도 없이 주가 하락에 따라 보유 자산의 평가액이 줄어든 '평가손실' 기준 수치다.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종목은 테슬라다. 같은 기간 보관금액은 188억달러에서 183억달러로 줄며 약 5억달러가 증발했다. 한화 기준으로는 약 4조7000억원 손실이다. 주가는 이틀 새 15% 넘게 빠졌다.


레버리지 ETF는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TQQQ도 31% 넘게 하락해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보관금액은 25억6067만달러에서 25억3824만달러로 2243만달러(약 327억 원) 줄어든 데 그쳤지만, 레버리지 구조 특성상 주가 하락에 따라 실제 평가손실은 훨씬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TQQQ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ETF로 시장 급등 시 수익률이 확대되지만 급락 시 손실도 세 배로 커진다.

지난 9일까지의 보관금액 손실은 뉴욕증시 10일(현지시각) 급락분이 반영되기 전 시점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60.28포인트(-5.32%) 빠진 3만8448.17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25.29포인트(-5.96%) 내린 5136.3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156.51포인트(-6.75%) 하락한 1만5968.46를 각각 기록했다.

전날 '관세 유예' 기대감에 12% 급등했던 나스닥은 하루 만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20% 가까운 등락폭을 보였다. 대형 기술주인 테슬라(-10.2%)와 엔비디아(-7.8%) 메타(-7.5%) 애플(-6.5%) 등이 이날 다시 급락하면서 향후 국내 투자자의 보관금액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극심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자금은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순매수액은 28억달러(약 4조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 직후 하루 만에도 약 3억달러(약 4000억원)가 초단기채 펀드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이나 고위험 자산의 보유 비중이 높은 투자자일수록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미 증시의 변동성 장세를 전망한다"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미·중 간 관세전쟁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여전히 고배당주 중심의 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