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과 셰브론이 저탄소 선박으로 개조하기로 한 16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아시아 에너지호. /사진=HD현대마린솔루션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박 엔진 시장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한화와 HD현대는 빠르게 커지는 선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 전문 회사를 출범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일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은 지난해 130억달러(18조4938억원)에서 2032년 175억달러(24조8955억원)으로 연평균 3.29%씩 성장할 전망이다.

선박 엔진 사업은 글로벌 친환경 기조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선박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탄소세는 5000톤 이상 선박이 배출 허용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톤당 380달러(약 52만원)이 부과된다. 친환경 연료 엔진을 도입하거나 화물선 속도를 늦춰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등 배출 기준선을 충족하면 탄소세는 톤당 100달러(약 14만3000원)로 줄어든다. 이번 규제안은 2027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IMO의 탄소 배출 규제로 선사들은 기준 중유 기반 선박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선박 중 다수는 기존 선박용 연료(중유, 디젤)와 LNG 등 친환경 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선박이다. LNG는 중유 대비 이산화탄소, 황산화물 배출이 적다.

해운사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도 잇따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프랑스 CMA CGM과 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12척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대만의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 LNG이중연료추진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고효율, 저탄소 선박 엔진 수요가 늘면서 조선사들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HSD엔진 인수한 뒤 '한화엔진'을 출범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화엔진은 대형선박 추진용으로 사용되는 저속엔진의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 알짜 기업이다. 2013년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 저속엔진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듬해인 2014년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저온탈질설비(LP SCR)도 사업화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엔진 출범으로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까지 '토탈 선박 건조 솔루션'을 확보했다. 한화엔진은 그룹의 솔루션 중 친환경 연료 엔진과 친환경 연료 추진 시스템을 위한 스마트십 솔루션 개발을 맡고 있다.

HD현대그룹은 STX중공업을 인수한 뒤 엔진 사업에 힘을 싣는 중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출범 직후부터 호실적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디젤엔진, LNG가스엔진, LPG가스엔진 등 선박용 주기엔진으로 지난해 5424억원의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HD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신규수주가 발생하며 그룹 편입에 따른 시너지가 지속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3월 HD현대미포와 1035억원 규모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으로부터 295억원 규모 선박엔진 공급계약도 따냈다. HD현대그룹 계열 조선 3사의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HD현대마린엔진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화엔진과 HD현대마린엔진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화엔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7억원으로 전년 동기(194억원) 대비 6.7% 증가할 전망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지난해 같은 기간(62억원)보다 69.4% 증가한 105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