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RA) 기반 일임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운용 전략은 여전히 '펀드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RA) 기반 일임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운용 전략은 여전히 '펀드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계좌의 구조상 ETF(상장지수펀드)를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로 인해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전략 구현력과 성과 면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기준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공시된 적극투자형 기준 증권사 IRP(개인형 퇴직연금)용 알고리즘 78개 가운데 대부분은 펀드 중심 전략이다. 반면 ETF 기반으로 설계된 전략은 자산운용사에서 운용되고 있다.


RA는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하는 자동화 전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사 IRP 계좌에서는 ETF를 자유롭게 사고파는 데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RA 전략의 강점을 온전히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운용사는 자체적으로 ETF를 편입한 펀드를 설계하거나 ETF만으로 구성된 펀드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ETF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 RA 알고리즘으로 설정된 비중에 따라 펀드 내 ETF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실시간 매매 체결이나 계좌 단위의 직접 매매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운용 방식에 따른 성과 차이도 뚜렷하다. 삼성증권의 'RATB3 ETF형'은 최근 1년 수익률 9.32%, 키움증권 '글로벌 자산배분형 RA'는 누적 수익률 63.85%를 기록했다. 반면 펀드 중심 전략인 NH투자증권 '글로벌 오토파일럿 펀드'는 3.68%, 미래에셋증권 '펀드형 로보어드바이저'는 2.72%에 그쳤다.


ETF 기반 전략을 활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마이글로벌모멘텀 ETF'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은 13.62%, 연환산 수익률은 25.18%를 넘어서며 성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ETF 시장 자체는 이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는 총 968개 종목, 순자산 총액 184조7889억원 규모다. 지난 한 달간 설정과 환매 모두 30만 건을 넘기며 유동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보수도 낮아 로보 전략에 가장 적합한 자산이지만 IRP 구조에서는 증권사들이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며 "제도 개선 없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진화가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