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분기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해 2분기 실적 불확실성 역시 커질 수 있어서다. 다만 HBM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 중이고, 한미 통상의회에서 관세 면제 가능성까지 제기된 만큼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7조440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매출액은 17조6931억원으로 같은 기간 41.9% 늘었다. 1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면서 전체 분기 중에서도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매출과 영업이익이다.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개선된 42%를 기록하면서 8개 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AI 시장 확대로 HBM과 DDR5(더블데이트레이트5) 등 D램 판매가 늘어난 게 실적을 견인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D램의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74%에서 1분기 80%까지 늘어났다. 시장에서의 공고한 입지도 호실적을 방증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했다.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지만, 2분기에는 미국 관세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재고 확보에 나선 고객사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축적 수요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9일 90일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품목 관세 적용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 시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2분기 실적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올해 공급할 HBM 물량 협상을 완료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췄다. 내년 공급 물량 또한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할 예정으로, 기존 주력 제품인 HBM3E 12단과 더불어 HBM4를 적극 공급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AI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서두르는 점도 호재다. AI 구동에 필수적인 HBM의 수요도 동반 확대되면서다. 구글은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HBM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PC, 스마트폰 등 IT 소비재 관세가 유예된 것 역시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IT 신제품 출시 효과가 기대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인상 전 구매를 서두를 가능성도 있어 교체 수요가 촉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설명했다.

여기에 '2+2 한미 통상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면서 관세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날 진행된 협의에서 에너지·조선 분야 협력을 제안하면서 미국에게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 조치에 대한 면제를 요청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이미 올해 HBM 물량이 계약돼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추후에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산업도 어려워질 순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