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총리는 'Make in India Initiative'(인도 생산 이니셔티브)를 기치로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도 과거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를 존중하고 규정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인도 정부와 네덜란드 통신기업 보다폰(Vodafone)의 갈등 사례가 참고할 만 하다. 2007년 글로벌 통신기업 보다폰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네덜란드 법인을 통해 홍콩에 있는 매도인으로부터 인도 통신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보다폰은 이 거래가 해외에서 이루어진 만큼 인도 내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도 세무당국은 본 거래를 이유로 보다폰에 약 20억 달러(약 2조8800억원) 규모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하며 거액의 세금을 요구했다.
보다폰은 인도 법원에 과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인도 대법원은 보다폰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거래가 인도 국내 자산의 직접적 양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투자자들이 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인도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세법을 개정해 과거 거래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개정 세법에 따라 보다폰은 다시 막대한 세금과 이자, 가산세를 부과받았다.
부당한 조치에 맞서 보다폰은 국제법을 들고 맞섰다. 보다폰은 1995년 체결된 인도-네덜란드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이들은 인도 정부가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div Treatment)를 보장할 의무를 위반했고 ▲최소 대우 기준(Minimum Standard of Treatment) 역시 충족하지 못했으며 ▲법적 보호를 부당하게 거부(Denial of Justice)했다고 주장했다.
3인의 중재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보다폰의 주장을 인정했다. 2020년 9월 판정부는 인도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소급 적용한 것은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국제 투자보호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인도 정부가 보다폰에 부과했던 약 29억 달러(약 4조1700억원) 상당의 세금, 가산세, 지연이자는 모두 무효화됐고 보다폰이 소송 과정에서 지출한 430만 유로(70억4400만원)의 법률비용까지 배상하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인도 정부에 큰 경각심을 안겨줬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추락을 우려한 인도 정부는 2021년 8월 소급 과세를 금지하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켰다. 과거 소급 과세 때문에 진행되던 외국 투자자들과의 분쟁에 대해서도 합의와 환급 조치를 단행하며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는 인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자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인도 보다폰 사건은 세금 다툼을 넘어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국제중재를 통한 투자자 권리 보호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투자보장협정의 중요성을 세계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특히 인도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과 공정한 대우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이 사건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초기 계약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분쟁해결 조항을 두고 국제중재를 통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국제중재로 해결한다는 것을 해당 계약문서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좋다.
법무법인 지평 오규창 외국변호사(미국)는 "보다폰 케이스는 인도 정부가 외국 투자자가 제기한 국제중재의 판정결과에 따라 외국 투자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지급하고 인도국내법을 개정한 사례"라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약속함으로써 인도의 투자환경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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