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험 시장에서 상품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제3보험 시장에서도 '베끼기 관행'이 시작했다.

올해 3월 삼성생명이 출시한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과 유사한 5개 상품의 이달 중 출시가 확실시 되면서다.


보험사들이 영업현장에서 인기 몰이하는 상품을 관행적으로 따라가는 행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보, 흥국화재, 한화손보 등 손보사 5곳은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비에 정액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제3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올해 3월 삼성생명이 The라이트 건강보험에 추가한 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을 상품화 하는 것이다.


해당 특약의 핵심은 피보험자가 암, 기타피부암, 갑상선암 확진으로 받는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비를 보상하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아 전이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컸다.

하지만 해당 특약은 기존 방사선치료와 함께 각각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하면서 해외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동일한 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삼성생명 The라이트 건강보험은 해당 특약 출시 후 이틀 만에 월 10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삼성생명이 해당 특약을 출시한 후 2개월 만에 손보사 5곳이 해당 특약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것을 두고 후발주자들이 추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취급 가능한 상품이다. 건강보험, 요양보험, 간병보험 등이 제3보험에 해당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4%의 증가율을 기록한 제3보험 시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7.0%로 5.6%포인트(p) 상승했다.

제3보험은 IFRS17 제도 아래에서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에 최적의 상품으로 꼽힌다.

이에 생·손보사들은 제3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생보사는 손보상품, 손보는 생보상품에 있는 특약 가운데 상해, 질병 등 제3보험 영역에 해당하는 특약을 상품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권에선 유사상품이 쏟아지며 제3보험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도 심각성을 느끼고 지난해 9월 베끼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정성적인 평가를 거쳐 독창적인 금융상품으로 승인을 받으면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제도 개선 이후 해당 제도를 활용한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실제로 보험권에선 한 보험사가 가진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유사한 상품이 쏟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장성 상품 중심의 단기실적 경쟁과 외형 확대 전략이 만연해 베끼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품 심사 시 상품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졌는지 함께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제3보험 신상품개발 협의기구를 조성해 새로운 보장내용이나 보험금 지급 조건을 적용하는 보험상품 설계 시 금감원 신고 이전 협의기구를 거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