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숲속 한가운데 위치한 제주삼다수 취수원. /사진=제주삼다수
"지금 내리는 비가 31년 뒤에 제주삼다수가 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에서 홍관홍 제주개발공사 홍보기획팀 과장은 활짝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날씨도 궂은데 왜 이리 기분이 좋으냐 묻자 그 대답이 기가 막혔다. 관광객들에게 비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물이 귀한 제주도민들에게 비는 그저 고맙고 반가운 존재라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1182~2030mm로 전국 평균 1324mm보다 월등히 많다. 하지만 화산섬 특성상 땅이 여물지 않아 물이 오래 고이지 않고 금세 빠져버려 상수도 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에는 늘 물 부족에 시달려왔다.

"제주삼다수 생산지인 한라산 진달래밭 부근은 해발 1450m로 연평균 강수량이 5680mm에 이릅니다. 국내 최대 다우지역이라 할 수 있죠. 이곳에 내린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31년 동안 화산송이와 현무암 필터를 통해 거르고 또 걸러져 청정 지하수가 됩니다." 홍 과장의 설명이다.

지난 9일, 제주삼다수의 탄생과정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한라산 국립공원에 인접한 삼다수 마을을 찾았다. 오랜 세월 기자 생활을 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물맛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생수 중에서는 제주삼다수가 가장 달고 맛있다. 평소 다양한 물을 식수와 요리수로 활용하지만 커피나 차를 끓일 때는 꼭 제주삼다수를 쓴다. 향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주삼다수의 취수원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할까 싶을 만큼 좁디좁은 산길을 한참 달렸다. 초록빛 가득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꿩 한마리가 푸드덕 옆을 스쳐 갔다. 흔히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로 알려진 빽빽한 삼나무숲은 한국의 풍경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숲속 구불구불한 흙길을 깊숙이 들어가서야 취수원이 나타났다.

"수질 오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취수원과 공장 인근의 축구장 10배 규모((약 71만6600㎡) 토지를 모두 매입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 '먹는물연구소'의 김태형 박사의 말이다.
수익성보다 '품질'… 공사가 만든 물이 다른 이유
외부인과 야생동물 유입이 철저히 차단된 제3취수원 외부 모습. /사진=황정원 기자
제주개발공사는 현재 총 3개의 취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질 관리를 위해 제3취수원을 준공했다.

김 박사는 "취수원이 늘어나도 생수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수질 관리를 위해 증설한 것이기 때문에 2개의 취수원만 돌리고 나머지 1개는 운영을 멈추고 설비를 점검하면서 재정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최신 공법과 설비를 도입한 제3취수원은 7~10호 취수정으로 구성된 4개 취수공과 8개 감시정을 갖추고 있다. 감시정은 지하 430m에서 원수를 끌어올리는 취수정과 수위 변화 및 지하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제3취수원이 준공됐지만 생수를 즉시생산하지 않고 2년의 검토과정을 거친다. 2년 동안 해당 취수원의 물이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것이다. 수익성보다는 품질에 집중하는 것, 국내 생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 모두 민간 기업이 아닌 공사가 생산하는 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생수 시장은 300여개의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물맛만으로 먹는샘물 시장에서 27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김 박사는 물맛의 비결에 대해 제주도 한라산 단일수원지에서 생산된 청정한 원수와 철저한 수질·품질 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같은 브랜드라도 여러 수원지에서 생산될 경우 물맛이 일정하지 않고 서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제주삼다수는 출시 이후 단 한번도 수질 변화 없이 일정한 물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3취수원이 생겼으니 앞으로도 더욱 깐깐하게 물맛을 관리할 수 있게 됐어요."

김 박사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에 비 내리는 제주 하늘도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