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대공포증이 정말 심합니다. 연극은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무대가 그립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던 순간이 그리웠어요. 다시 한번 뜨겁게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배우 유승호(31)가 연극 '킬링시저'로 무대에 돌아왔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유승호는 지난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연극에 첫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지난 10일 막을 올린 '킬링시저'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시저 암살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낳는다는 정치적 아이러니를 무대 위에 풀어낸다.
유승호는 이 작품에서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고뇌하는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손호준·김준원은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지만 황제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당하는 '시저' 역, 양지원은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라는 명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카시우스'와 '안토니우스' 1인 2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유승호, 김준원, 양지원과 함께 참석한 손호준도 지난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연극 도전이다.
"유승호 연기, '리스펙트'"
작품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한 질문에, 유승호와 손호준은 오히려 좋았던 점을 언급했다.
"연극의 매력 중 하나는 무대마다 색다른 감정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밌습니다. '킬링시저'를 준비하면서는 힘들다기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어요."(유승호)
"무대에 설 때마다 긴장돼서 '실수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곤 해요(웃음). 이번 작품은 특히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 말고는 힘든 점이 없었어요. 배우들 팀워크도 좋아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손호준)
이 작품에서 시저 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돼, 배우마다 서로 다른 개성의 시저를 만나볼 수 있다. 김정 연출은 "'준원 시저'와 '호준 시저'는 상당히 다르다"며 "호준 배우님이 서늘하고 뾰족한 면모를 드러낸다면, 준원 배우님에게선 묵직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양지원은 이날 유승호의 연기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첫 무대 도전작이었던 만큼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번 공연에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며 "승호 배우가 쌓아온 23년의 연기 내공에 놀라고 있다, 정말 '리스펙트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김정 연출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로마 황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극 '킬링시저'는 오는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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