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4-25시즌 V리그 남녀 왕좌에 오른 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이 오프시즌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안정'을 택한 반면, 흥국생명은 변화를 꾀하며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V리그 오프시즌은 지난주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로 일단락됐다. 시즌이 끝난 뒤 진행된 FA 시장, 아시아쿼터 외인 드래프트에 이어 외인 드래프트까지 잇달아 진행되며 다음 시즌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졌다.
지난 시즌 남자부 트레블(코보컵·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현대캐피탈은 우승 전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정규리그 MVP인 허수봉도 건재하다.
FA 시장에서도 리베로 박경민, 미들블로커 최민호,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우, 전광인과 재계약했다. 또 다른 FA 김선호는 대한항공으로 이적했지만 지난 시즌 비중 등을 감안하면 큰 손실은 아니다.
다만 FA 시장이 문을 닫은 직후 트레이드를 통해 전광인을 OK저축은행으로 보내고 신호진을 데려온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수 능력을 두루 갖춘 전광인은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외인 덩신펑에 밀려 벤치에 앉는 일이 많았는데, 그래도 시즌 말미로 갈수록 중용되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경험 많은 전광인을 잃은 것은 아쉽지만, 대신 영입한 신호진은 불과 3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을 정도로 유망한 공격수다. 왼손 공격수라는 이점이 있고 공수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시아쿼터 외인 덩신펑이 떠나고 그 자리에 미들블로커 바야르사이한이 왔기에 신호진은 당장 다음 시즌 주전으로 나서는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명장' 필립 블랑 감독을 필두로 한 코칭스태프 사단도 건재하고, 은퇴한 '레전드' 문성민이 곧장 코치로 합류하면서 현대캐피탈은 다음 시즌에도 2연패를 노릴 만한 전력을 유지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신을 시도해 팀 스타일 자체가 바뀔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팀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김연경의 은퇴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외인 못지않은 공격력에 빼어난 수비력까지 갖춘 김연경이 빠졌는데,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3시즌 간 팀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한국을 떠났다. 대신 일본인 여성 지도자인 요시하라 토모코가 지휘봉을 잡았다. V리그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외국인 여성 감독이다.
같은 외인 사령탑이지만, 출신 국가도 성별도 다른 감독이 왔기 때문에 훈련 방식과 전술 등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새 사령탑을 선임한 흥국생명은 FA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팀 내 FA 4명을 모두 잔류시켰는데 특히 주전 리베로 신연경과 주전 세터 이고은을 잡은 것이 크다.
또 외부 시장에선 여자부 최대어로 꼽히던 이다현을 영입해 중앙을 보강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활약한 아시아쿼터 외인 아닐리스 피치와 재계약했기에, 이다현과 함께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진을 구축하게 됐다.
외인 드래프트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공수에서 준수한 활약을 한 투트쿠 부르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레베카 라셈을 지명한 것.
'한국계' 선수로도 잘 알려진 라셈은 3년 전 IBK기업은행 외인으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아쉬운 평가를 받고 조기 퇴출당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지명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흥국생명은 라셈이 그간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뛰며 기량이 크게 늘었다고 판단해 과감한 베팅을 시도했다.
현대캐피탈과 달리 여러 변화를 선택한 흥국생명의 다음 시즌은 쉽게 예측이 어렵다. 일단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새 사령탑 요시하라이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다현과 라셈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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