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안무가 겸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GS아트센터 '예술가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현재 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마르코스 모라우는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 '죽음의 무도'(5월 17~18일) 두 작품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2025.5.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저는 '감정의 부재(不在)'라는 화두에 깊이 몰두하고 있었어요. '인간 세계에서 감정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얼마나 고립될까? 개인주의는 또 얼마나 심화할까?' 그런 비판적 질문들을 품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42)는 14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16일 개막하는 무용극 '파시오나리아(Pasionaria)'의 창작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파시오나리아'는 GS아트센터가 개관 기념으로 선보이는 기획 공연 중 하나다. 작품의 제목은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을 뜻하지만, 동시에 '고통' '수난'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도 지닌다. 모라우는 이 이중적 의미에 착안해, 열정과 고통도 사라진 인간의 미래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공연에는 상자를 든 배달원, 진공청소기를 든 남자 등 일상을 살아가는 여덟 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그들은 감정 없이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인다. 모라우는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두드러진 안무적 특징은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기괴한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은 모라우가 개발한 신체 언어 시스템인 '코바(Kova)'를 통해 표현된다. 코바는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절화하는 안무법. 이 때문에 '파시오나리아'에서 무용수들은 마치 로봇처럼 움직이는 듯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무용수 앙젤라 보슈가 "반은 인간, 반은 안드로이드 같은 모습"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파시오나리아' 공연 장면ⓒAlexFont(GS아트센터 제공)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모라우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주는 '파시오나리아'뿐 아니라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이하 '죽음의 무도') 공연도 선보인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중세 시대 민속춤에 기반한다"며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초연한 작품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카탈루냐 성당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됐다. 관객들은 GS아트센터 메인 로비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움직이며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페인 안무가 겸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GS아트센터 '예술가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현재 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마르코스 모라우는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 '죽음의 무도'(5월 17~18일) 두 작품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2025.5.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무용 배운 적 없는 '스타 안무가'

모라우는 현재 세계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는 스페인 출신의 현대무용 안무가다. 2013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국립 무용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무용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베를린 국립발레단 등 세계 유수 무용단들이 잇따라 그에게 안무를 의뢰했다. 2019년엔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해 신작 '쌍쌍'을 세계 초연한 바 있다.

안무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무용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전공은 사진과 미술. 이 같은 배경 덕분에 그의 안무 스타일은 "너무나도 독창적이고 생생하게 기묘하다"(프랑스 르 몽드)는 평을 받는다.

"저는 무용수로서 교육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움직임뿐 아니라 이미지나 텍스트를 다루는 데 있어서 굉장히 자유롭고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오페라 작업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영화나 서커스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전방위 예술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파시오나리아'는 16일부터 18일까지, '죽음의 무도'는 17일과 18일 GS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스페인 안무가 겸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GS아트센터 '예술가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현재 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마르코스 모라우는 '파시오나리아'(5월 16~18일), '죽음의 무도'(5월 17~18일) 두 작품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2025.5.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