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대선자금 모금 행사에서 공동 주최자였던 오랜 지인인 할리우드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일화가 신간을 통해 공개됐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제이크 태퍼 CNN 기자와 알렉스 톰슨 악시오스 기자이 펴낸 '원죄: 조 바이든의 쇠퇴와 은폐, 그리고 재선 출마라는 재앙적 선택'에는 바이든의 건강 문제와 이를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은폐 시도들이 상세히 담겼다.
책에 따르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공동 주최자였던 클루니는 행사장 백스테이지에 도착한 바이든에게 인사하며 반겼지만 바이든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한 참모가 바이든에게 조심스럽게 "조지입니다"라고 귀띔했고, 그제야 바이든은 "그래, 그래. 여기 와줘서 고맙다"라고만 답했다.
태퍼와 톰슨은 "클루니는 충격을 받았다"며 "(바이든은) 그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썼다. 클루니는 2022년 12월 바이든과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불과 1년 반 만에 바이든이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할리우드 관계자는 "자신을 위해 자금을 모으는 유명 인사를 알아보는 그 순간 반응이 늦었다"며 "아주 불편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클루니는 7월 중순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기고했고, 이는 바이든 후보 사퇴론을 불지피는 계기가 됐다. 클루니는 기고문을 작성하기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의사를 타진했고 오바마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바이든이 더 버티려 할 것"이라며 만류했다고 한다.
당시 바이든의 인지능력 저하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도 공공연한 우려 대상이었다고 책은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TV토론을 앞두고 "만약 토론회에서 상황이 나빠지면 나와 오바마,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원이 '플랜 B'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이 책을 인용해 바이든의 측근들이 그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휠체어를 사용할 가능성까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가 외부 행사에서 걸음을 옮기다 자주 넘어지는 바람에 낙상으로 인한 심각한 부상을 예방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지·신체능력 저하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과 참모들은 이를 은폐하면서 재선 도전을 이어갔다는 게 책의 주된 비판 지점이다.
바이든은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의 TV토론에서 참패한 뒤에도 3주 이상 재선 포기를 미뤘고 당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바이든의 공식 사임 발표는 7월 21일에야 이뤄졌고 민주당은 뒤늦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달 초 ABC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쓴 사람들은 백악관 안에 있던 이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질 여사는 "조는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 종일 일했다"며 밤에도 브리핑을 읽으며 참모들과 계속 일했다. 정말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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