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머니S가 주최한 '트럼프 관세전쟁과 한국 경제 생존전략'좌담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지금은 지수보다 산업의 재편이 더 중요한 시기"라며 "공급망 변화와 중국 소비 패턴의 진화가 맞물리며 증시 전략도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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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AI·조선·방산… 미국 중심 공급망 수혜주 주목━
이 이사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내 리쇼어링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기반 제조시설 확장이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틈새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는 ▲배터리와 소재 기업을 비롯해 ▲AI(인공지능) 고도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전력 인프라 확대에 따른 변압기·중전기기 ▲에너지·조선·방산 등 전통 제조 기반 업종이 꼽힌다.
IRA는 미국이 전기차·배터리·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세액공제, 보조금 등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어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미국 내 시장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이사는 IRA 관련 수혜가 단기 테마에 그치지 않고 향후 2~3년 이상 이어질 중장기 모멘텀이라는 점에서 섹터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경우 생성형 AI 확산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로 이어지며 국내 기업의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이사는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을 넘어서 앞으로 산업 전반의 판을 바꿀 핵심 동력"이라며 "아직 한국이 AI 플랫폼이나 서비스 모델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못하지만,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같은 핵심 부품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변압기나 전력 반도체 같은 전통 산업 내에서도 시장을 이끄는 종목들이 등장하고 있고, 결국 AI 시대에도 특정 산업이 주도권을 쥐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선업종 역시 구조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로 꼽혔다. 이 이사는 "조선은 미국이 직접 진출하지 않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우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직접 생산 역량을 갖추지 않은 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조선사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이라는 게 이 이사의 분석이다. LNG 운반선, 방산 기술,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경쟁도 제한적인 만큼 수주 확대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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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고급화" K-프리미엄 수혜주 부상━
1차 소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를 부양했던 시기로 외국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2차 소비화는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명품 소비가 폭발한 시기를 말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줄을 이뤘던 국면이다. 3차 소비화는 최근 들어 본격화된 흐름으로 '궈차오(國潮)'라 불리는 애국 소비와 중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가 결합되며 자국 내 고급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계다. 화장품·패션·주얼리·자동차 등 주요 산업군에서 실제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기존 한국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소비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관련 한국 기업들의 실적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프리미엄 식품 분야에서는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HMR 수출이 주목받고 있으며, K-뷰티 시장에선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고급 브랜드 중심의 수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 이사는 "중국 소비 지형의 변화는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이라며 "브랜드 가치와 포지셔닝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존의 지수 중심 투자 전략은 산업 구조가 고르게 성장할 때 유효했지만 지금은 특정 업종만 독주하고 나머지는 침체되는 비대칭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처럼 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에는 단순한 PER(주가수익비율) 계산보다 정책 방향과 시장 내 점유율 변화 같은 구조적 요인에 주목한 선별적 투자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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