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원 / 에일리언 컴퍼니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18일 12부작으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크리에이터 신원호 이우정/이하 '언슬전')은 정준원이라는 원석을 발견하게 한 작품이다. '언슬전'은 2020년과 2021년 시즌1~2가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스핀오프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언슬전'은 지난 2024년 촬영이 마무리됐지만 전공의 파업 이슈로 1년의 기다림 끝에 편성됐고, 1회가 3.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시작해 12회에서 8.1%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오이영(고윤정 분)과 표남경(신시아 분) 엄재일(강유석 분) 김사비(한예지 분)부터 정준원이 연기한, 오이영과 사돈지간이자 4년 차 레지던트인 구도원까지 전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준원은 초반 등장 당시 오이영이 짝사랑하는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일부 여론을 극복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초반 반응은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확실히 좀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 있었다"는 속상했던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그럼에도 회차가 넘어갈수록 '설득을 시키고 있다'고 하는 응원의 글이 있었는데, 그게 인상 깊었고 너무 다행이면서도 뿌듯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준원은 지난 2015년 영화 '조류 인간'으로 데뷔한 후 '동주'(2016) '박열'(2017) '더 테이블'(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독전'(2018) 등 작품에서 조·단역을 거쳐 '독전2'(2023) '탈주'(2024) 등 영화에도 출연했고 JTBC '허쉬'(2020)와 넷플릭스 '모범가족'(2022) 등에서도 활약했다. 배우로서 묵묵히 내공을 점차 쌓아왔던 만큼, 신원호 감독은 "보석함에 넣어둔 배우"라며 일찍이 진가를 알아봤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잠재력을 갖춘, 준비된 배우로 '언슬전'이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정준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준원 / 에일리언 컴퍼니


<【N인터뷰】 ②에 이어>

-시청률이 계속 상승세였다. 어떤 이유 때문에 '언슬전'을 좋아하는 것 같나.

▶어설픈 사회초년생 전공의들이 문제도 일으키고 해결해 나가고 성장하는 과정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겪어봤던 일이기 때문에 공감하시고 위로를 받으시는 게 아닌가 한다.

-본인 역시도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시절이 떠올랐나. 지금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환경 자체가 익숙해진 정도지 불안하고 설렘이 공존하는 건 똑같은 것 같다. 연기가 예전보다 일취월장해졌다 이런 건 전혀 없는 것 같고 작업 환경이 전보다는 익숙해진 정도다.

-본인은 배우로서 실제로 어떤 선배인가.

▶촬영 시작 전부터 그 생각(내가 선배라는) 자체를 안 했다. 저 친구들보다 나이만 많지 잘하는 것도 없다. 그냥 선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만나고 시작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없어야 훨씬 격의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진짜 친구같이 지냈다. 다가가서 인사도 하고 실없는 농담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친구처럼 지내왔다고 하는 게 제일 맞는 것 같다.

-12부작이라 짧아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다음 시즌에 대한 가능성도 있나.

▶제가 들은 건 따로 없다. 다만 시즌2가 나온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 너무 애정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안 만났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 기회만 된다면 너무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은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데뷔한 지 10년이 됐는데 그간 해온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진심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다' 싶고 정말 선물 같은, 기적 같은 작품이었다.

-작품 흥행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반반인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나고 금방 잠잠해질 걸 너무 잘 알아서 즐겨도 되겠다 싶지만 너무 들뜨지 말자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즐겨봤자 집에서 혼자 드라마 보고 친구들에게 떠드는 정도이긴 하다. 많이 들뜨지 말고 적당히 즐기자는 정도다.

-신원호 감독이 이전부터 보석함에 넣은 배우라는 표현을 썼는데, 배우로서 어떤 잠재력을 봐줬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말씀 주신 걸 기사로 봤는데 여쭤보진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구도원이라는 인물과 딱 교집합되는 부분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유추해 봤을 때는 그냥 편안함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 눈에 편안해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정준원 배우를 눈여겨보게 된 작품이 있다고 하진 않았나.

▶사실 '슬의생' 시즌1 오디션을 봤었다. 그때 감독님을 처음 뵀는데 당시 캐스팅까지 연결되진 않았지만 재밌게 오디션을 봤었다. 이후 제가 해온 작품을 어디선가 보셨을 수도 있지만 어디서든 제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한 분이시다.

-오디션도 봤었던 '슬의생'과 연결되는 세계관인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그 드라마를 시청자로 봤던 사람인데 그 세계관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TV를 보는 것 같고 너무 신기했다. 정경호 선배만 같이 호흡했었는데 그 신에 자리하신 것 자체만으로도 드라마가 더 풍성해진 것 같더라. 당시 선배님께서 시즌2까지 하셨던 만큼, 든든하게 의지하며 연기했다.

-배우로서 정준원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무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장점이라고 굳이 얘기하자면 부담 없이 편안하게 보게 되는, 어떤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특별하게 대단하게 능력이 있진 않은 것 같아서 편안함이 (장점이) 아닐까 한다.

-데뷔 10주년이 됐는데.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진 큰 롤을 맡아온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기를 너무 사랑하는 입장에서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으니까 작품이나 역할 이런 것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줘서 선물 같은 작품이 온 것 같아서 감사하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원동력은.

▶너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30대가 되고 나서는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일단 없더라. 그래서 딴 걸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다. 할 줄 아는 게 있었다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막연하게 기회가 온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기최면을 걸고 살았다. 제가 저를 안 믿으면 아무도 절 믿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만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좋아해서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은.

▶이번 작품에선 풋풋하고 예쁜 청춘물의 멜로이자 로맨스였다면 좀 더 성숙한 어른들의 로맨스도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모든 장르의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팬들이 차기작을 빨리 봤으면 한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작품이) 가뭄에 콩 나듯이 왔었는데 지금은 뭐든지 제안해 주시면 감사하다. 장르는 안 가리는데 쓱 읽히는 대본들이 좋더라. 누구든지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이 결과물도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