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생충' '티탄' '추락의 해부'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 '아노라' '슬픔의 삼각형'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이란 출신 거장 자파르 파나히의 '심플 액시던트'(원제 'It was just an accident')에 돌아간 가운데, 수상 전 이미 이 영화의 북미 배급권을 확보한 미국의 독립·예술 영화 배급사 네온(NEON)의 선구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네온이 '심플 액시던트' 북미 배급권을 가져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4일 '심플 액시던트'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심플 액시던트'는 한 남자가 자동차 수리를 위해 찾아간 정비소의 정비공이 과거 자신을 고문한 교도관과 닮았다고 생각해 그를 납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2022년 이란 검찰에 의해 부당하게 구금당한 뒤 석방된 경험이 있는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에 녹아있다.

네온은 '심플 액시던트'는 이번 수상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무려 6년 연속 선점하는 선구안을 보여줬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영화 '아노라'(감독 션 베이커), 2023년 '추락의 해부'(감독 쥐스틴 트리에) 2022년 '슬픔의 삼각형'(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2021년 '티탄'(감독 쥘리아 뒤쿠르노), 2019년 '기생충'(감독 봉준호)까지 6년 연속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의 북미 배급을 맡았다.

이에 네온 측은 지난 25일 엑스(X·옛 트위터)의 공식 계정에 "꿈의 팀"(The Dream Team)이라는 글과 함께 2019년부터 2025년까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들의 이름과 사진을 나열, 6년 연속 황금종려상 수상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네온이 6년째 터뜨리고 있는 '잭팟'은 우연이 아니다. '심플 액시던트' 외에도 네온이 일찌감치 배급권을 확보한 영화들은 이번 칸 영화제에서 줄줄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작품을 찾고, 선점한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가 배급권을 확보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는 올해 2등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을 받았다. 또한 올해 3등격인 심사위원상을 받은 올리버 라세 감독의 '시라트'와 감독상·남우주연상 수상으로 2관왕에 오른 클레버 멘돈사 필류의 '더 시크릿 에이전트'도 모두 네온이 배급권을 확보한 작품이다.

2017년 Radius-TWC의 공동 대표였던 톰 퀸과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시네마의 공동창립자 팀 리그가 함께 만든 독립·예술 영화 전문 배급 회사인 네온은 2019년 '기생충'의 성공으로 빛을 봤다. 네온이 북미 배급을 맡은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후 네온은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가 올해 칸 영화제 작품상 영예까지 안게 되며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칸 영화제 최고상 수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성공시킨 사례는 역사상 단 네 번밖에 없는데, 그중 최근 두 경우를 네온의 배급 작품들이 해냈다. 독창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영화를 발굴하는 네온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