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간담회에서 4조원 규모 기술이전의 의미와 향후 에이비엘바이오를 이끌 성장동력을 소개했다. /사진=곽선우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술수출 수익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4조원대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선언하며 자사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캐시카우로 육성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20억7500만파운드(약 4조1000억원) 규모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계약금 3850만파운드(약 739억원)를 수령했으며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최대 7710만파운드(약 1480억원)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2020년 알테오젠이 미국 MSD와 체결한 4조7000억원 규모 계약에 이어 국내 바이오업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번 계약은 에이비엘바이오가 단일 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 기술 자체를 수출한 첫 사례다. GSK는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안티센스 올리고(ASO), 항체 등 다양한 모달리티 기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플랫폼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GSK는 전임상·임상, 제조, 상업화를 맡는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활용해 혈액뇌관문(BBB)을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BBB 셔틀 플랫폼이다. 약물의 뇌 내 전달 효율을 높여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항체,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GSK와의 계약에서는 퇴행성 뇌질환의 주요 타깃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p-타우가 독점 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해당 타깃 역시 에피톱(항원결정기)을 세분화해 복수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향후 에피톱 단위로 그랩바디-B의 추가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랩바디-B, 본격적인 사업화로 이어질 것"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기술수출은 기술이전이 단발성 수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수익 구조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다양한 모달리티와 에피톱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반 기술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그랩바디-B가 적용된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는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꼽을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ABL301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를 사노피 자회사 젠자임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계약금 7500만달러(약 1033억원)를 포함해 최대 10억6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에 달한다.

ABL301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타깃으로 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 물질인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에 결합하는 치료 항체에 IGF1R 항체를 결합해 BBB 통과 능력을 확보한 구조다. 그랩바디-B를 적용해 뇌 내 약물 전달 효율을 높였으며 병인과 연관된 특이적 형태의 알파-시누클레인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약물 효과를 극대화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계약을 통해 2022년 단기 마일스톤으로 2000만달러(약 276억원), 2023년 임상 1상 첫 투여에 따른 2500만달러(약 344억원), 지난해 제조기술 이전 완료로 500만달러(약 69억원) 등 총 5000만달러(약 68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수출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플랫폼 사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BBB 셔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다양한 모달리티와 타깃 확장성을 바탕으로 그랩바디-B를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