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일로보틱스는 김동헌 대표 보유 지분 가운데 273만5930주를 SK온 미국 자회사 SK Battery America가 주당 2만80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이와 별도로 SK는 김 대표의 보통주 352만4535주(지분율 30.34%)에 대해 근질권 설정 계약도 체결했다. SK가 해당 콜옵션을 전량 행사할 경우 기존 보유 지분(13.44%)을 포함해 총 36.84%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이번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FI)를 넘어 기술 협력과 공급망 편입이 기대되는 전략적 투자(SI)로 판단된다. 김 대표 단독 체제에서 벗어나 대기업 자본과 전략을 기반으로 한 공동 경영 구조가 본격화됐다. 업계는 유일로보틱스가 중소기업으로서 겪던 자본력, 인프라, 해외 판로 확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SK온은 유일로보틱스가 2022년 국산화에 성공한 다관절 로봇의 파일럿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성능 검증이 완료된 제품은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을 비롯해 중국 옌청, 헝가리 등 해외 생산기지로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 SK E&S, SK에코플랜트 등 그룹 계열사의 스마트팩토리 전환 과정에서 자율이송로봇(AMR)과 팔 로봇 결합을 통한 물류 자동화 협력도 시도될 수 있다.
SK는 이미 계열사 에스엠코어를 통해 창고 설비와 물류 시스템을 내재화하고 있어 유일로보틱스의 로봇 기술과의 결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유일로보틱스는 SK와의 협력을 동력으로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10배로 확대한 청라 신사옥도 짓고 있다. 글로벌 품질 인증(KCS·CE)을 획득한데 이어 UL(미국) 인증을 진행하며 중북미·유럽 고객사 대상 레퍼런스 확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자본 조달 관점에서도 SK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대기업 수준의 레버리지를 확보하게 되면서 고사양 제품 개발과 글로벌 양산 전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로봇 산업은 고정밀 부품, 센서, 제어기 등 핵심 기술 개발과 대량 양산을 위한 설비 투입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특히 고하중 산업용 로봇은 하드웨어 및 제어 시스템 고도화가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단독으로 장기 자금 투입을 감당하기 어렵다.
제조업 자동화 수요가 높은 배터리, 반도체, 철강 분야는 고하중 작업이 많아 고성능 다관절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유리하다. 국내에서 50㎏ 이상 고하중 다관절 로봇을 자체 양산할 수 있는 곳은 HD현대로보틱스와 유일로보틱스뿐이다. 지난 1월에는 포스코엠텍과 140㎏급 고하중 다관절 로봇이 적용될 철강 코일 포장라인 자동화 설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김동헌 유일로보틱스 대표는 "중소기업이 자본·인력·판로에서 한계를 느끼는 만큼 SK와의 협력은 단순 투자를 넘어 사업화 전반에 실질적 힘이 됐다"며 "품질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고객이 되면 기술 신뢰도 상승도 자연스럽게 동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로봇연맹(IFR)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이 2023년 367억달러(약 50조3010억원)에서 2030년 847억달러(약 116조898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2.7%에 이른다. 미·중 갈등 속 리쇼어링(제조업 회귀) 수요가 맞물리면서 고하중 자동화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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