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재 고등학교에 침입한 홍콩 국적 남성이 여고생을 성추행하고 도주해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은 고등학교를 침입한 남성이 여고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이 담긴 학교 CCTV 영상 이미지.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한 남성이 여고생을 성추행하고 도주해 '미제 사건'으로 남을뻔 했다는 제보자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는 부산에 거주하는 피해 여고생 A양 모친으로 사건은 지난해 11월29일 오전 8시40분쯤 부산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이날 고등학교 3학년인 A양은 학교 안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낯선 남성에게 성추행 당했다.


가해 남성은 사건 당일 오전 7시40분쯤 한 차례 학교에 침입했다가 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빠져나간 뒤 약 1시간 뒤 다시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다. A양은 즉시 모친에게 연락했고 담임교사에게 알리려 했으나 이미 1교시 수업이 시작된 상태였다. 결국 오전 9시30분 A양은 수업을 마친 뒤에야 교사에게 상황을 전할 수 있었다.

학교 측은 CCTV를 확인해 피의자 얼굴과 동선을 파악해 오전 11시23분 학교 전담 경찰관에게 신고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사건 발생 약 6시간 만인 오후 2시15분 공문 형식으로 정식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 모친은 긴급한 상황에서 공문으로 신고한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 측은 "성범죄 관련 신고는 공문으로 협조 요청하는 것이 매뉴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경찰은 CCTV를 통해 피의자 이동 경로를 추적했지만 이미 관할 지역을 벗어난 뒤였고 결국 지난 3월29일 해당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전환됐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방송 직전 피의자가 부산을 방문 중이던 홍콩 국적 남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는 이미 출국한 상태였고 국내에서 체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모친은 범인이 특정된 것과는 별개로 학교 측 대처에 깊은 실망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지난 3월에서야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등 조치를 했다. 모친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야 학교 측은 "출입문을 봉쇄하고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친은 "학교의 사과나 대응에서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며 "딸은 이 사건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앞으로는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신고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