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프/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의 민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과도한 부채와 인구 고령화, 산업 경쟁력 도태 등 문제가 장기 침체를 겪는 일본과 닮았다고 경고했다. 부채를 줄이고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지속하는 등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다음날 보고서를 발표해 장기 침체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5일 한은이 펴낸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는 2023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의 214.2%)에 근접했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자산시장과 연계된 부채가 연쇄 부실화하면서 은행 위기로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이나 좀비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자원배분 왜곡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업 대출집중도는 3.65로 일본의 거품 붕괴 직후(1992년 1.2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 대출집중도는 전체 산업 평균인 1을 밑도는 0.94에 그쳤다.


한은은 "정밀한 거시건전성 규제 운용, 통화정책과 공조 강화, 가계부채 관리 기조 견지,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등으로 부채 비율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한은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빨라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1995년, 총인구가 2009년을 정점으로 줄었고 한국은 생산연령인구가 2017년, 총인구가 2020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두 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상황은 비슷하지만 속도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보다 빠르다.

한은은 한국경제에 재정·통화정책이 주는 시사점도 짚었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3년 240.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2023년 50.7%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유휴 인력의 생산 참여 확대, 혁신 지향적 교육 투자 강화 등으로 노동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한 노르베리가 '피크 휴먼'에서 설파한 것처럼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라며 "일본의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우리 경제 수준이 비해 노후화한 경제 구조를 혁신·창조적 파괴해야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