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렌탈
롯데렌탈의 매각이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주주인 롯데호텔과 부산롯데호텔이 두둑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반면 일반 주주들은 매각 후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는 지난 3월 호텔롯데 및 부산롯데호텔과 롯데렌탈의 지분 56.17%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끝나면 매각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주당 매입가격은 7만7115원으로, 어피니티는 총 1조5729억원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11일 기준 주가(3만4050원) 대비 2배가량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셈이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경우 그간 계열사 지분 정리 및 유상증자 등의 사유로 7804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800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남은 롯데렌탈 지분도 정리하면 그 차익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으로 부채비율 줄이고 영업이익 늘려 경영권 프리미엄 높게 받아
이처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롯데렌탈 매각으로 큰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2021년 코스피 상장이 주효했다.

롯데렌탈은 상장 당시 구주(721만937주) 매각뿐 아니라 신주(721만1063)도 발행했다. 신주를 통해 모인 공모자금은 총 4254억원으로, 이후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인수(11.8%, 1746억원)와 시설자금으로 사용했다.


상장을 통해 부채비율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2020년 말 기준 롯데렌탈의 부채비율은 657.3%로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코스피 상장으로 자기자본이 크게 늘며 부채비율이 395%까지 줄었다.

이후 롯데렌탈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021년 말 270억원이던 재고자산은 2022년 말 542억원까지 늘었다. 영업수익도 2조4227억원에서 2조7389억원으로 13.1% 늘었다. 영업이익도 2021년 53.5%, 2022년 25.6% 증가했다. 이로 인해 2022년 영업이익은 3084억원으로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기간 기준금리 상승에도 부채비율 감소로 실적이 크게 줄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경우 매년 3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으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정도로 동종업계(13.54배) 대비 우수한 수준"이라며 "이러한 높은 수익률로 인해 어피니티가 현 주가 대비 2배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상장 후 공모가 절반 수준 떨어져…매각 후유증 우려
/로고=롯데렌탈
이번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거둔 롯데그룹과 달리 상장 당시 롯데렌탈에 투자한 일반 소액주주들은 투자손실에 울상이다.

롯데렌탈 상장 당시 공모가는 5만9000원이었다. 상장 후 6만600원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하락 흐름세가 이어지면서 현재 3만4000원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한창 오르던 2023년의 경우 주가는 공모가의 절반 이하인 2만5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매각이 확정되면 기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유상증자가 진행될 예정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바뀌면 롯데렌탈이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도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롯데렌탈은 주가 부양을 위해 앞으로 3년간 당기순이익의 40%를 배당(30%)과 자사주 소각(10%)에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피니티로 매각된다면 이 정책마저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 특정 대주주에게만 쏠리는 경영권 프리미엄 제도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렌탈은 "2021년 상장 이후 주주 환원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기순이익의 40% 이상 환원과 지속 성장을 통한 주주환원 금액 증대를 약속했으며 실제 2024년 그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