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성 작가의 개인전 '디 아트 룸 : 더 코스튬 오브 페인터' 포스터 (더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배준성 작가의 개인전 '디 아트 룸 : 더 코스튬 오브 페인터'(The Art Room : The Costume of Painter)를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부터 그가 꾸준히 작업해온 '더 코스튬 오브 페인터' 시리즈 중, 세계적인 미술관(오르세, 에르미타주, 메트로폴리탄)의 전시실을 그림으로 옮겨온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옛 그림에 현대적인 시선을 더해, 우리가 그림을 '보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려 한다. 작가에게 미술관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서양 근대 사회가 만들어낸 '보는 규칙'과 '권력'이 응축된 공간이다.

배준성 '디 아트 룸 : 더 코스튬 오브 페인터'展 전시 전경 (더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그는 '렌티큘라'라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해 옛 명화 위에 현대 여성의 모습과 움직임을 겹쳐 놓는다. 덕분에 그림을 보는 사람의 위치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의 모습이 달라진다. 이는 '누가 보고 누가누가 보여지는가는 고정된 시선의 규칙을 깨고, 그림을 보는 사람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더욱 자유롭고 유동적으로 만든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활용한 작품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올랭피아'는 기존의 아름다운 누드화와 달리, 모델이 그림을 보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며 시선을 역전시킨 도발적인 작품이다.

배준성은 이 '올랭피아' 옆에 자신의 렌티큘라 이미지를 함께 놓아, 시간을 넘나드는 또 다른 시선을 만들어낸다. 렌티큘라를 통해 등장하는 동양 여성의 이미지는 그림 너머의 시선,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이 겹치면서 여러 겹의 복잡한 층을 만든다. 이는 우리가 그림을 보던 전통적인 방식을 새롭게 생각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시각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배준성, The Costume of Painter- Shadow of Museum Ka, J.S.Sargent family jk, 181.8 x 227.3cm, 2014 (더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박소정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 대표는 "작품 속 미술관은 정물처럼 정지된 듯 보이지만,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다층적 풍경으로 전환된다"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장면은 새롭게 펼쳐지고 해석은 확장되는 다면적인 경험이 가능한 아트 룸의 회화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배준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마쳤다. 이후 국내외 다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프랑스 퐁피두 센터, 프랑스 보자르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등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