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금액티브' ETF가 이날 신규 상장했다. 이 상품은 국제 표준 금현물에 투자하는 ETF 및 국제 금 관련 금융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런던 금 시장협회(LBMA)가 인증하는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국내 수급에 따라 가격이 왜곡되는 위험 없이 글로벌 금 가격에 충실하게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신한자산운용도 같은 날 국제 금현물 시세를 100% 추종하는 'SOL 국제금' ETF를 상장했다. 국내 상장 금 관련 ETF 중 국제 금현물 가격을 직접 추종하는 최초의 상품이다.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 ETF는 각각 연 0.30%의 보수를 내세워 기존 한투운용(0.50%) 보다 약 40% 저렴한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금현물 ETF 시장은 사실상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 단일 상품만 존재, 한투운용은 연 0.5%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 책정이 가능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보수조차 통상 0.4~0.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패시브 ETF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출시된 ACE KRX금현물 ETF는 KRX 금시장에 상장된 실물 금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다. 국내 금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아왔다. 다만 이 상품은 국내 금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국제 금 시세와 차이가 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운용은 이 같은 시장 왜곡 가능성을 초과 수익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지역별 금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국제 금 가격보다 국내 금이 저평가됐을 경우 KRX 금을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운용 재량을 부여했다. 이는 단순 지수 추종이 아닌 가격 괴리까지 수익 기회로 삼겠다는 액티브 ETF의 전략적 차별성을 보여준다.
두 상품 모두 '금 투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구조는 다르다. 한투운용 금현물 ETF는 국내 실물 금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수적이고 단순한 반면 삼성 금현물 액티브 ETF는 해외 금 ETF, 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재간접 투자로 보다 적극적인 성과를 노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수 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본보수로만 따져보면 KODEX 금액티브 ETF는 연 0.30%의 보수를 내세워 기존 한투운용(0.50%) 보다 약 40% 저렴하다.
KODEX 금액티브 ETF의 실제 연간 총비용은 0.45% 수준이다. 이는 펀드 자체 보수 외에도 해당 ETF가 투자하는 해외 금 ETF의 피투자펀드 보수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한국투자 ACE KRX금현물 ETF는 금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로 피투자펀드 보수가 없다. 펀드 총보수 0.50%와 기타 비용 0.03%를 합친 연간 총비용은 0.53%에 달한다. 기본보수뿐 아니라 실제 총비용까지 따져봐도 한투운용 ETF가 삼성운용보다 비싸다.
일반적으로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개입과 리서치 비용이 반영돼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보다 보수가 더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액티브 전략을 쓰는 삼성 ETF의 보수가 패시브인 한투운용 ETF보다 오히려 낮은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한투운용이 경쟁자가 없던 시장 구조 속에서 높은 보수를 유지해 온 결과 오히려 후발 주자인 삼성운용의 저렴한 보수가 더 돋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격 경쟁뿐 아니라 운용 전략 차별화, 유동성 개선 등 후발주자의 공세가 이어질 경우 한투운용 역시 보수 인하로 시장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금현물 ETF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경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금 ETF가 신규 상장되는 만큼 ACE ETF 투자자에게 불리함이 없도록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보수 조정 등 후속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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