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폐허가 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건물 모습. /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로 중동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내 가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물류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4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한 뒤 이달 13일 기준 2088.44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SCFI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해상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예멘 반군으로 인한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의 통항이 어려워지자 SCFI가 큰 폭으로 상승했었다.

이는 결국 해상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져 가전업계의 비용 부담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가전업계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 부피가 큰 가전의 수출을 대부분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으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의 물류비를 지출했다. 전년 대비 각각 71.9%, 16.7%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두 기업의 물류비는 총 1조4250억원에 달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가전업계의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물류비가 급등할 경우 결국 이익이 감소해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원유 등 에너지 원료의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가전업계엔 또 다른 악재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량 5분의 1 지나는 길목으로 하루에 약 20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가 통과한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현재 배럴당 7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3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제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오를 경우 제조업의 비용이 평균 0.67% 상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가전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을 경우 제조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함에 따라 정부는 수출입 동향 지속 모니터링과 함께 수출 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물류경색 발생에 대비해 임시 선박 투입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을 통해서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유관부처·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면밀히 모니터링 해나가겠다"며 "수출과 해상물류 등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수출기업 애로 해소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