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에코프로는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 가격 압박을 받아왔다. 낮은 가격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시장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나갔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 결과 중국의 CATL은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37.9%를 차지하며 1위를 올랐다.
에코프로가 주력하는 하이니켈 양극재 에너지 밀도와 성능은 우수하지만, 고가 광물인 니켈 함량이 높은 탓에 단가가 높다. 하이니켈 양극재가 주로 탑재되는 삼원계 배터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가 가격 리더십을 지속해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시무식에선 "가격은 확 낮추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우리의 생존법"이라며 "경쟁사 대비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에코프로는 '가격'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택했다.
지난해부터 현지에서 중국 전구체 제조사 거린메이(GEM)과 함께 양극재 공급망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지에서 니켈 조달부터 제련, 전구체 생산, 양극재 제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게 핵심이다. GEM은 전구체 제조와 니켈 제련 사업을 모두 운영하는 데다, 에코프로와는 10년 넘게 신뢰를 쌓아온 기업이다.
최근에는 GEM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운영해 온 MHP 제련소인 그린에코니켈 지분 38%를 확보했다. MHP는 니켈의 중간 소재로 추가 공정을 거치면 양극재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GEM과 하반기 양극재 공장 착공을 목표로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합작법인 역시 연내 설립될 예정이며, 양사는 부지 선정·건물 건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제조와 개발 등을 맡고, GEM은 전구체 및 니켈 자원을 제조한다.
공장은 총 3단계에 걸쳐 건설된다. 1단계로는 연간 5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시설을 구축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2030년 10만톤까지 증설, 중장기적으로는 20만톤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니켈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현지에 양극재 공장까지 확보하면서, 생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삼원계 배터리는 LFP보다 20~30% 비싼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이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동남아 전기차 시장은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전기차 시장의 경우 2032년까지 연평균 25.8% 성장할 전망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각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도 동반 상승하는 만큼 이번 사업의 의미도 더 커질 거란 평가다.
인도네시아에서 제련한 니켈을 국내로 들여와 전구체로 가공한 뒤 미국에 수출하는 전략도 주효하다. 탈중국 공급망을 통해 북미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대중 견제를 강화해왔다. 올해부턴 중국산 전구체를 사용한 배터리에 대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한하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을 적용한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니켈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 양극재 공급망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며 "동남아부터 북미까지 전방위적인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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