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연기를 활용해 식재료에 고유의 향미를 입히는 훈연은 맛의 깊이를 더하는 조리법 중 하나다. 사진은 우모크의 오픈 키친 중앙에서 원시구이와 훈연 작업을 하는 셰프. /사진=다이어리알
요리에서 '불'은 가장 오래되고도 본질적인 조리 도구다. 그중 '훈연'은 불과 연기를 활용해 식자재에 자연물이 뿜어내는 고유의 향미를 입히는 특별한 조리법이다. 바비큐 그릴에 참나무나 히코리 나무를 태워 향을 입히는 미국 남부식 바비큐가 대표적인 훈연 요리다. 훈연은 음식 맛에 차별점과 풍미를 더하는 방법으로써 미식적 요소를 높여 줌에 따라 현재는 특정 분야와 국적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훈연재는 주로 나무를 태워 향을 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며 허브나 향신료, 톱밥, 와인 또는 위스키의 오크통을 잘라 만든 배럴칩 등도 사용된다. 특히 육류를 즉석으로 가열해 먹는 '구이 외식' 문화가 발달한 한식 분야에서 원재료 품질이 높을수록 불맛, 육즙, 그리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직관적 조리법에 중심을 두게 되는데 훈연은 이 과정에서 깊이와 복합미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우모크
업진살과 한국식치미추리소스,와사비줄기장아찌.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압구정동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한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우모크'는 한우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훈연의 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다. 우모크라는 이름은 소 우(牛)와 스모크(Smoke), 메이크(Make)라는 의미가 중첩됐다.


입구에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는 훈연 그릴이 후각을 자극하며 가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내부 인테리어는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데 카운터 좌석은 'ㄷ자' 모양으로 배치해 모든 고객이 실시간으로 요리가 진행되는 오픈 주방을 마치 공연을 관람하듯 바라보도록 했다. 다소 어둡다고도 느껴지는 차분한 분위기와 낮은 조도의 조명 배치는 손님이 오롯이 맛에 집중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한우의 색과 질감을 돋보이도록 하며 조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다.

점심과 저녁 오직 오마카세 단일 코스로 계절에 따라 세부 구성은 변경된다. 가성비가 높아 예약이 어려운 점심 코스는 좀 더 간결하다. 코스는 제철 한입 거리로 시작해 한우의 최상급 부위를 각기 다른 조리법 및 곁들이와 함께 선보인다. 구이 중간중간 다양한 장르의 요리들을 배치해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한우 오마카세의 특성상 특정 코스를 메인 요리로 두기보다 전체적인 구성을 하나의 공연처럼 짜임새 있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구이로 제공되는 부위(6월 저녁 기준)는 업진살, 안심, 채끝살로 코스 구성이 달라지면 변경될 수 있다.
초벌한 고기에 직화로 불맛을 입히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우모크에서의 식사는 맛의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훈연 기법을 관람하는 것이 또 다른 재미다.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겐시야끼(원시구이)와 훈연 기법을 통해 고기가 가진 고유의 풍미를 가장 정교하게 끌어낸다. 가장 먼저 서비스되는 부위인 '업진살'은 소가 엎드렸을 때 가장 먼저 닿는 부위로 지방과 육즙이 풍부하다. 느끼하지 않도록 마늘 양념을 살짝 더해 구워내며 김치를 활용해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치미추리 소스와 와사비 줄기 장아찌가 곁들이로 제공된다.

마지막 한 점이 남으면 특수 토치로 겉면의 지방을 한번 더 지글지글 익혀 같은 부위라도 색다른 식감과 풍미로 마무리하도록 한다. 부드럽고 담백한 '안심' 부위는 원시구이 방식으로 익힌 채소와 함께 곁들여 내며 '채끝살' 부위는 말돈 소금과 훈연 풍미가 일품인 잎새 버섯을 곁들여 한 점 한 점 예리하게 맛과 조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고기를 듬뿍 채우고 크리미한 소스와 시금치를 더해 구워낸 미트파이와 계절 파스타는 위트와 다양성을 더하는 요소다. 코스의 말미에 제공되는 솥밥 요리는 숯불과 훈연기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완성되며 솥의 뚜껑을 열었을 때 피어오르는 연기와 향기, 색색의 재료를 정갈하게 올려 꽃밭처럼 펼친 비주얼은 식사의 즐거움에 정점을 찍는다. 기념일을 위한 레터링 디저트, 콜키지 1병 프리 등의 서비스도 이곳에서의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작은 배려다.
미스피츠
돔 뚜껑을 열자마자 뽀얀 연기가 솟아올라 구름버거로 소문난 미스피츠 버거. /사진=다이어리알
훈연향을 입힌 일명 '구름버거'로 입소문 난 곳. 푸드돔에 음식을 담아 서빙하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가둬놓은 훈연향과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눈과 코로 먼저 느끼고 버거를 베어 물면 스모키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퍼포먼스만큼 재료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매일 아침 100% 호주산 목심으로 다진 수제 소고기 패티와 통새우 패티를 직접 준비하며 버거에 쓰이는 모든 소스와 토핑을 메뉴에 맞춰 직접 개발해 정성 가득한 수제 버거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장수장어대전 방배본점
장수장어대전 방배본점의 볏짚 훈연 장어구이. /사진=다이어리알
강화 갯벌장어와 고창 풍천장어를 화산석 화덕에서 초벌해 최고급 비장탄으로 정성껏 익혀내고 볏짚 훈연으로 깊은 맛과 풍미를 더해 장어 본연의 맛과 식감을 극대화한 장어구이를 선보인다. 특수 제작한 훈연 상자에 담아 보는 즐거움을 더했으며 특대 장어에 짚불이 새긴 깊고 잔잔한 여운이 특별하다. 당일 제공되는 김치를 담근 날짜와 쌀 도정 날짜를 표시하며 곁들이, 식사 메뉴 등 작은 요소 하나 허투루 인 것이 없다.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대표메뉴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매니멀스모크하우스의 플래터. /사진=다이어리알
텍사스에서 직수입한 참나무 '스모커'로 전통적인 고기 조리법을 사용해 훈연 조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바비큐 전문점. '풀드포크'는 커피 럼으로 24시간 재운 돼지 어깻살을 훈연한 토마틸로 소스에 버무려 내며 '스모크 포크 밸리'는 10가지 향신료와 스리라차 소스를 버무려 3~4시간 훈연한 메뉴다. 4~5인용 '매니멀 플래터'는 브리스킷, 풀드포크, 스모크치킨 등 대표메뉴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최지형 셰프가 총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