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과 이란-이스라엘 분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 사진=로이터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진다.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거론함에 따라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및 해상운임 상승, 그로 인한 수출기업의 비용증가 부담과 수출둔화 등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에 반발해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을 인도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세계 석유 수송량 5분의 1 지나는 길목으로 하루 약 2000만배럴의 원유 및 석유가 통과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현재 배럴당 7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3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20%가 운송된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원료 대부분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과 운송비 인상, 환율 불안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망 불안이 심화할 경우 주요 기업들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물류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 운송비 상승은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상승은 수익성을 크게 둔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3일 기준 2088.44포인트로 지난달 4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해 유지되고 있다.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류비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으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의 물류비를 지출했다. 전년 대비 각각 71.9%, 16.7% 늘어난 수치다. 당초 올 하반기 물류비 안정화가 예상되면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예기치 못한 중동 리스크로 향후 전망을 장담할 수 없게됐다.

자동차·타이어 등 선박을 이용해 수출하는 업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 확대 등으로 자체적인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수출은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1.3%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8.3% 상승하며 다시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커졌으나 중동 리스크로 불투명해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한국의 수출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부진이 지속돼 '상저하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6% 줄고 하반기 수출은 3.8%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연간 수출도 전년대비 총 2.2% 줄어든 668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홍지상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부터는 미국 상호관세 유예 만료, 지정학적 리스크, IT 수요 둔화, 환율 하락 등 상반기보다 더 어려운 수출 여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는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확전 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곤란 등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지난해 4월 중동사태 발발 이후 설치한 종합상황실 및 에너지, 무역, 공급망 등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통해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코트라, 무역협회 등 에너지, 수출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가동하기로 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중동 상황이 현재보다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만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