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달 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연출 박신우)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극은 유미지(박보영 분), 유미래(박보영 분), 이호수(박진영 분), 한세진(류경수 분)을 필두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조명하며 가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넸고, 최고 8.4%(12회,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극에서 박진영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모 뒤에 복잡한 내면을 지닌 변호사 이호수 역을 맡았다. 이호수는 일명 '유미지 감별사'로 일찌감치 미래와 바꿔치기 한 미지의 정체를 알아채는 인물. 이 과정에서 박진영은 이호수의 혼란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연기에 촘촘하게 담아냈다. 또한 극 중 여러 아픔을 겪던 호수가 미래를 만나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줬다. 박진영은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하는 이호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박진영은 전역 후 첫 작품으로 '미지의 서울'을 택했다. 그는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이호수가 피해자와 약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설정이 좋았다'며 그 따뜻함에 끌려 이호수를 연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본인 역시 이호수를 연기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좋아 너무 행복한데 인기까지 얻게 됐다며 활짝 웃는 박진영이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들뜨는 것은 경계하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작 '미지의 서울'을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한 배우 박진영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N인터뷰】 ①에 이어>


-김선영과 모자 호흡, 특히 호수와 분홍이 응어리를 푸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선영 선배님은 연기보다 상황을 더 바라보려 하시는 분이고, 내게도 그게 큰 도움이 됐다. 11회에 그 신이 있는데 당시 내가 체력이 떨어졌는지 감정이 안 나오더라. 그때 선배님이 '진영아, 내가 다 줄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나만 봐'라고 하셨다. 그리고 촬영을 했는데 그대로 '오케이'가 됐다. 믿음을 주는 말 한마디가 정말 감사했다. 이 자리를 빌려 너무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임철수와 호흡도 좋았다.

▶철수 선배님이랑 많이 친해졌다. 보영 선배님 다음으로 연기할 때 많이 붙은 분들이 선영 선배님, 철수 선배님이다. 철수 선배님이 현장에서도 나를 믿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게 부담이 아니라 감동이어서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아마 잘하고 싶다는 내 진심을 봐주시지 않았나 한다.

-극에서 위로를 주는 대사가 많은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너무 많은데, 이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다시 찾아봤다.(웃음) 로사가 유명을 달리할 때 상월에게 '언젠가 너를 알아주는 사람이 올 거야'라고 하지 않나. 그 부분이 와 닿았다.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데, 그럴 때 이 말을 들었으면 '위로 받았겠다' 싶었다. 또 세진의 할아버지가 세진에게 '왜 미련하게 종점까지 가, 너 내릴 때 내리는 거지, 끝이 뭐가 중요해, 시작이 중요하지'라고 하는 대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대사가 아니었을까 한다.

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SNS를 보면 남의 인생이 좋아보이지 않나. 호수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변호사라 멋지다 할 거고, 미래도 공사에 다니니 대단하다고 할 거다. 그런데 알고 보면 둘 다 속은 곪아있지 않나. (사람들이) 빛나 보이지만 곪아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이를 이겨내려 하는 게 드라마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 싶었다.

-'미지의 서울'이 마지막 회에서 8.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내용 자체도 호평을 얻었다.

▶초반에는 '미지의 서울'을 검색해 보곤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으니까 그다음부턴 아예 안 보려고 했다. 찾아보면 너무 들뜰 것 같았다. 그런 반응에 연연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아 최대한 안 찾아보려고 했다. 큰 사랑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그래도 또 나만의 것을 해야 하니 너무 들뜨지 말고 앞으로의 것을 잘 준비해보자 싶다. 그래도 호수 잘했더라는 얘기는 좋다.(웃음)

-영화 '하이파이브'와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두 캐릭터로 모두 호평을 얻었는데 어떤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데 타이밍이 좋았다. 너무 기뻐서 들뜨고 싶은데 그러면 연기가 잘 안되더라.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럴 때 겸손하는 글들을 많이 봐서 최대한 누르려고 한다. 그런데 너무 기쁘다.(웃음)

박진영/BH엔터테인먼트 제공

-포털 사이트에서 '박진영'을 검색하면 JYP를 누르고 위에 나오더라.

▶잠깐이지 않겠나.(웃음) 아시다시피 박진영 PD님은 전설이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좋은 시기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셔서 잠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 그만큼 배우 박진영도 좋아해 주신다는 것이니 감사하다. 앞으로도 '배우 박진영'을 많이 기억해달라.

-군 복무 전후로 연기 톤에 차이가 생겼을까. '연기돌'이라는 수식어에 부담은 없는지.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다만 예전에는 마음이 급해서 준비한 대사를 내가 생각한 그래도 하지 않으면 연기를 못해낸 것 같아 자책도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준비한 대로 안 하고 선배님들 대사에 반응했을 때 감독님이 '오케이' 하시는 걸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연기돌'이라는 것도, 어쨌든 가수와 배우 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 좋다. 이제 시청자들과 리스너들도 '연기돌'에 엄격한 잣대를 두진 않는 듯하다. 아직은 가수와 배우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30대가 된 후 첫 작품인 '미지의 서울'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미지의 서울'을 통해 또 한 번 좋은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즐겁고, 여전히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느꼈다. 예전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면, 이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30대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함께 하는 작업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