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금의환향한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한국 흥행 성적은 북미에서만큼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개신교인과 천주교인 등 예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만한 인구가 적지 않기에 한국에서의 흥행도 기대해 봄 직하다.
오는 16일 국내 개봉을 앞둔 '킹 오브 킹스'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북미에서 먼저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은 3일 기준,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현지에서 6026만 3590달러(약 819억 6450만 원)를 벌었다. 이는 '기생충'의 북미 흥행 수익 5384만 7897달러(약 732억 3852만 원)를 뛰어넘은 수치로,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최고의 박스오피스 스코어다.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 등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즐비한 미국에서 '킹 오브 킹스'가 애니메이션으로서 거둔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특히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영화인 '기생충'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K애니메이션의 승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의 생애를 다룬 '킹 오브 킹스'의 이 같은 성공은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번 작품의 각본, 제작, 연출을 모두 담당한 장성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킹 오브 킹스'가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기획된 작품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국내 VFX 1세대로 시각효과 회사 모팩의 대표이사인 장성호 감독은 2015년 이 작품의 기획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영유아물에만 국한돼 있었고, 장 감독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시각 효과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그로 인해 결국 국내보다 시장이 큰 북미를 타깃으로 한 작품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장 감독의 설명이다. 북미를 타깃으로 한 만큼, 북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야 했다. 장 감독은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승부를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기독교 기반 국가인 미국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예수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전략은 먹혀들어 갔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일반 대중의 평가 팝콘 지수 97%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실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서 평가한 관객 만족도 점수, 시네마 스코어는 A+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 극장가는 유난히 성수기용 블록버스터 한국 영화가 적다. '전지적 독자시점'과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정도가 대형 배급사가 꺼내놓은 성수기 대표작들이다. 극장가 위기가 계속되면서 전반적으로 개봉 영화의 편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대작들이 쏟아지는 여름 시장에 선뜻 나설 작품이 많지 않은 탓도 있다.
그 가운데 북미에서 성공을 거두고 돌아온 '킹 오브 킹스'는 기독교 인구의 비중이 작지 않은 한국에서도 좋은 평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 관람가에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선택하기에도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병헌과 이하늬, 진선규, 양동근, 차인표 등 유명 배우들이 더빙을 맡았다는 점 역시 관객들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할만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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