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임)윤찬이는 제자이기 이전에,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나누는 동료로서 그 진심과 열정을 존경합니다."
'임윤찬의 스승' 피아니스트 손민수(49)는 공연을 앞두고 8일 국내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민수는 "저는 윤찬이가 무대 위에서 마치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그려내는 사람처럼, 듣는 이들의 호흡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그 마법 같은 순간들을 참 좋아한다"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음악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우며 몰입하는 그 자세, 음악을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기꺼이 내려놓는 그 헌신적인 여정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는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공연을 갖는다. 스승과 제자의 '합동 연주회'다.
제자와 한 무대에 서게 된 소감에 대해서는 "듀오 리사이틀에서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서로의 해석, 숨결, 소리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두 대의 피아노가 진정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는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무대에서 총 세 곡을 연주한다. 먼저 요하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브람스 특유의 치밀한 구조와 낭만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이어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을 들려준다. 마지막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다. 바르톡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인 이하느리(19)가 편곡한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 선정 기준에 관해서는 "특별한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음악,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진심으로 소중히 여겨지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은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말 그대로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이라며 "이 곡은 죽음, 믿음, 초월 등 모든 감정이 춤으로 고조돼 있는데, 윤찬이와 저 모두에게 마음 깊숙이 남아 있던 음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편곡은 오케스트라 버전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처음 악보를 마주했을 때 그 방대한 색채와 텍스처를 두 대의 피아노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하느리의 편곡을 보며 두 대의 피아노로도 놀라울 만큼 그 감정과 뉘앙스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피아노는 혼자서도 세상의 많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하지만, 두 대가 함께할 때는 서로 다른 영혼이 하나의 하모니로 노래하는 순간이 생겨난다"며 "두 사람이 서로의 울림을 귀 기울여 듣고 서로를 비추며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한편 손민수는 미국 보스턴 음악 명문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피아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임윤찬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뒤 세계 무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영재교육원에서 첫 사제(師弟)의 연을 맺은 뒤 오랜 시간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아 왔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