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야구 흥행… 그러나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이들 있다━
젊은 세대의 유입과 인기 구단의 좋은 성적으로 프로야구는 역대급 흥행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야구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야구팬들이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취약 계층'이다. 특히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야구 표를 직접 구매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엘지트윈스가 MBC 청룡이던 시절부터 야구를 봐왔다고 밝힌 원년 팬 A씨(60대)는 "인터넷으로 야구 예매하는 게 복잡하고 어렵다"고 호소했다.
SSG랜더스 팬이라고 밝힌 신지인씨(24·여)는 "선선예매 대상자가 되기 위해 7만원을 주고 회원가입 했는데 얼마 전 김강민 은퇴식 같은 인기 경기 예매에 실패했다"며 "20대도 야구 예매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인터넷 사용이 서툰 어르신들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 온라인 예매가 주는 편리성도 분명 있지만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층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티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예매자(6개 구단 대상) 중 65세 이상은 0.7%에 불과했다.
━
달라지는 야구 구단들… '디지털 취약 계층' 위한 좌석 현장판매 동참━
야구팬들 사이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 표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해서 나오자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는 이들을 위한 현장 판매 좌석 70석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는 현장 판매 석을 220석으로 늘려 디지털 취약층을 위한 현장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 외에도 KIA타이거즈도 일부 현장 판매 좌석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LG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야구 표를 구하는게 더 어려워졌다"며 " 디지털 소외 계층을 배려하는사회 분위기나 국가정책에 맞춰 야구구단들도 취약 계층을 배려할 수 있는 개선 방향을 계속 찾고 있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이 현장 판매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달 24일은 해당 표를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당일 잔여 좌석이 여유 있게 남아 있었고 아직 첫날인 만큼 홍보가 안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기가 이번 시즌 13번째 직관 경기라고 밝힌 A씨는 "이런 제도 없었던 때는 일요일에 현장 판매 표 대기 줄을 3시간 섰다가 앞에서 딱 끊어진 적도 있다"라며 "경기 시작 15분 전에 현장에서 예매하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표가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표를 사고 서둘러 경기장으로 향하던 B씨(60대)도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며 "우리 고령층도 야구를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좋다는 말 말고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씨는 "제가 응원하는 구단인 SSG랜더스도 시행했으면 좋겠다"며 "노년층 팬이 많은 임영웅 콘서트는 전화로 예매가 가능한 것처럼 KBO도 다양한 취약계층을 위한 예매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구팬이 아니라고 밝힌 백수지씨(24·여)는 "작년에 디지털 취약 계층 현장 판매를 롯데자이언츠가 도입한다는 기사를 봤다"며 "오랜 역사를 자랑해 고령층 팬이 많은 프로야구에 이런 제도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는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가 도입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야구장 현장판매, '문화 접근성 회복'의 첫걸음━
경희대 Age Tech 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고령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100점 만점 기준 평균 38점으로 2019년(30점)에 비해 소폭 향상됐다. 하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3년 실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67.2%가 정보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한국은 지난해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섰다. 고령층은 많아지고 있지만 디지털 사회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점점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소외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신혜리 경희대학교 노인학과 교수는 "온라인 기반의 공공·문화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는 병원 예약, 공연 예매, 주차비 지불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적인 일상 참여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서비스와 문화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야구 구단들의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에 대해서는 "문화 접근성을 회복하고 세대 간 문화 격차를 완화하려는 중요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 실생활과 연결된 실용적 콘텐츠와 교육을 통해 주체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