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현금 조달에 강점이 있지만 조합원에게 추가 이주비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시공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수주 업체들도 자금난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대형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연간 수주액(27조8700억원)에 근접한 27조811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상반기 누적 수주 5조719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올 1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을 시작으로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등을 수주했다.
현대건설도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2조8069억원) 등 시공권을 확보해 5조5357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포스코이앤씨는 5조302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어 롯데건설(2조9521억원) DL이앤씨(2조6830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5250억원) GS건설(2조1949억원) 대우건설(8673억원) SK에코플랜트(3039억원) 순으로 수주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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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대출 규제에 대형사 유리한 고지━
올해 하반기에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총 공사비 6700억원)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2조7000억원)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재개발(1조8000억원)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 재건축(9000억원)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1조4000억원) 등 대형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할 계획이다. 이에 올해 연간 수주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대출 규제가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에 영향을 미쳐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이후 기본 이주비 한도가 가구당 6억원 이하로 묶이면서 시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 전에는 조합원이 임시 거처를 구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까지 지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최대 한도가 일괄 6억원으로 제한된 상황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기본 이주비 지원 자체가 불가하다.
그러나 추가 이주비는 시공사가 사업자 대출을 통해 지원할 수 있고 가계대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시공사가 조합원의 이주 전세금을 지원할 수 있어 금융 지원 등 추가 이주비 조건이 시공권 확보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신용등급 AA+ 등급을 보유했고 자금조달시 낮은 금리가 가능해 유리한 구조가 됐다"면서 "한남4구역 수주에서 이주비 LTV 150% 보장 조건을 내세웠고 개포우성7차 재건축 입찰에선 이주비를 포함 사업비 전액을 '한도 없는 최저가 금리'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수주 경쟁력이 약화되고 유동성 부담이 심화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금리가 1~2%포인트만 높아져도 수십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며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업체들은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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