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섭 사용자위원과 류기정 근로자위원이 막판 협상을 시작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남 기자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놨지만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에 밀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뒤 논의가 길어지자 9일 자정 차수를 변경해 11차 전원회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진 못한 채 산회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번 회의에서 8차 수정안을 제출하며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했다. 노동계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1만30원보다 8.7% 오른 1만900원을, 노동계는 1.5% 오른 1만18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사의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는 최초 1470원 → 1차 수정안 1440원 → 2차 1390원 → 3차 1270원 → 4차 1150원 → 5차 1010원 → 6차 870원 → 7차 830원 → 8차 720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자정을 넘기난 마라톤 회의에도 전원회의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17년 만의 노사공 합의'를 목표로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공익위원들이 결국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하며 중재에 나섰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하한선 1만210원에서 상한선 1만440원으로 인상률은 1.8%~4.1% 수준이다. 하한선은 2025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1.8%)를 반영해 결정됐다. 상한선은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2.2%)에 2022~2024년 3개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의 차이(1.9%)를 더해 설정했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상항선 4.1%가 역대 정부의 출범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 가운데 가장 낮다는 이유에서다.

1998년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돼 직전년도 대비 인상률을 알 수 없는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의 임기 첫해 인상률을 보면 ▲김영삼 정부 7.96%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이다.

인상률로 보면 김대중 정부의 첫해 인상률이 가장 낮지만 당시 IMF 외환위기로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제외하면 진보정권의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모두 10% 이상이었다.

보수정권에서의 첫해 인상률은 진보정권보다는 낮으며 최저는 윤석열 정부 첫해인 5.0%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들이 제안한 심의촉진구간 중 최대치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4.1%에 그쳐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 그래프=김은옥 기자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이 '노동존중'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내란을 주도하고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한 세력이 몰락하고 새로운 정부에서 첫 번째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라면서 "새롭게 출발한 노동존중을 외치는 새 정부에서 공익위원이 제출하는 최저임금 수준에 분노하며 촉진구간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도 "현재 상황은 노동계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의촉진구간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10일 열리는 12차 전원회의에서 재차 노사 수정안을 제출받아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큰 만큼 합의를 통한 결론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익위원들 주도로 안건을 표결에 부쳐 결정하게 된다.

최임위 관계자는 "10일 회의에서 노·사의 수정안 제출 후 최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노력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 등의 방법으로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