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여름 친구들과 바다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술자리에서 열살 연상의 남성 B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그날 밤 모텔까지 가게 됐고 이후로도 연락과 만남을 이어갔다.
A씨는 "사는 곳도 다르고 서로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며 "그런데 언젠가부터 몸이 좀 아팠고 배가 조금씩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불안한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해본 A씨는 선명한 두 줄을 확인했다. 임신이었다.
A씨는 "병원에서 검사받은 날 B씨에게 연락했으나 '그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 있냐. 중절 수술해라. 난 책임 못 진다'고 하더라"며 "이 사실을 아빠가 눈치챘고 저는 모든 걸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후 A씨 아버지는 B씨에게 연락해 "우리 딸 책임지고 결혼해라. 아니면 이 일로 평생 상처 입은 만큼의 보상을 해라. 약정서 쓰지 않으면 중절 수술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B씨는 "3개월 안에 결혼하겠다. 만약 결혼하지 않으면 위약금으로 3억원을 주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 A씨는 약정서를 믿고 중절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이후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결혼할 사람이 따로 있다. 그 약정서는 너희 아빠가 협박해서 쓴 거니 무효"라고 주장하며 연락을 끊었다.
이에 A씨는 "저는 너무 억울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는 그 약정서로 뭘 할 수 있냐.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냐. 아니면 약속한 3억원을 달라고 해야 하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김미루 변호사는 "두사람 사이에 진정한 '약혼'이 성립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약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면서도 "'결혼하지 않으면 3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서가 있다면 그 약정 자체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강박 때문에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폭행이나 감금 같은 위법한 강박이 아니라면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약정된 3억원 전액을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다. 우리 법은 위약금이 과도할 경우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안 역시 실제 손해나 위자료 수준을 고려해 법원이 금액을 줄여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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