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메이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학 애덤 스미스 교수가 1490년대 런던에서 활동했던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가 만든 책에서부터 시작해 2020년 뉴욕 블랙매수 출판사가 만드는 소규모 독립 간행물에 이르기까지 책 만들기의 역사를 한권에 담았다.


'북메이커'는 책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는 데 일조한 18명의 이야기를 묶었다. 저자는 이미 역사 무대에서 잊힌 채 가라앉은 책 장인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건져 올렸다.

종이·활자 제작, 인쇄, 제본은 책 만들기 공정의 필수 요소다. 이런 작업이 제각기 장대한 역사를 거치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근대기에 그 구체적인 작업 과정은 어떠했는지, 변천사에서 각각의 주인공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다뤘다.

예를 들어, 18세기까지 책은 제본된 형태보다는 인쇄지 묶음의 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독자는 인쇄지 묶음을 구입한 이후 필요할 경우 직접 제본소에 갖고 가서 제본을 의뢰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인쇄업자였다. 프랭클린은 단행본보다 비도서 인쇄물을 많이 발행했는데 지폐, 신문, 연감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무명 독자를 가장해 신문과 연감에 자신의 글을 많이 실기도 했다.

책 후반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1세기까지, 상업화·자동화·디지털화되는 주류 출판 문화에 맞서 제각기 나름의 신념과 방식으로 책을 만든 소규모 독립 출판가들도 다뤘다.

북메이커는 윈킨 드워드에서 유수프 하산에 이르기까지 책의 500년 변천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루지만 제책술의 발달을 단선적으로 서술하기보다 장구하고 역동적이면서 다층적인 흐름에 접근했다.

△북메이커/ 애덤 스미스 씀/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3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