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여자 배구가 벼랑 끝에 몰렸다. 주말에 펼쳐지는 2경기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내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뛰지 못하게 된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 34위)은 12일 일본 지바에서 불가리아(19위)를 상대로 3주 차 3번째 경기를 치른다. 이어 1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프랑스(18위)와 올 시즌 VNL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한국은 올해 VNL 출전을 앞두고 '잔류'를 목표로 할 만큼 초라한 신가 됐다.
한국 여자 배구는 올림픽 이후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 VNL 전패를 당했다. 또한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7전 전패로 탈락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올해 VNL을 앞두고 모랄레스 감독은 "유일한 목표는 VNL 잔류다. 2승 이상을 목표로 한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은 10경기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단 1승만 따내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 대회가 끝난다면 한국은 내년 VNL에서 뛸 수 없다.
VNL에는 총 18개국이 참가한다. 참가국들은 각각 12경기씩을 치러 승수-승점-세트 득실률-점수 득실률 순으로 순위를 정하는데, 최하위인 18위는 강등돼 내년 VNL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은 1승(승점 4)으로 꼴찌다.
이제 단 2경기만을 남겨둔 한국은 대회 전 모랄레스 감독이 승리 대상으로 선택한 불가리아, 프랑스를 상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대들이다.
불가리아에는 2024-25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뛰었던 아포짓 스파이커 메렐린 니콜로바가 속해 있다. 니콜로바는 V리그 여자부 득점 6위, 공격 성공률 7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불가리아 대표팀에서는 백업일 정도로 전력이 만만치 않다.
프랑스는 지난해 한국이 승리를 따낸 팀이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전력이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사령탑이 모랄레스 감독 이전에 한국을 지도했던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곤살레스 감독은 2019년 코치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어 2023년까지 4년 동안 한국 대표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승리를 챙겨도 자력으로 잔류할 수 없다. 17위인 태국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아직 1승에 그치고 있는 태국이 남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다면 한국은 최하위를 벗어날 수 없다.
만약 VNL에서 잔류하지 못하면 여자 배구 대표팀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VNL은 세계적인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선수들이 기량을 점검하고, 경험을 쌓기에 최적의 무대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여자 배구 대표팀은 매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12경기를 치른다. 선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며 "반면 남자 대표팀은 VNL에 못 나가서 매년 여름 힘들게 평가전을 잡는 등 세계적인 팀, 선수들과 겨룰 기회가 없다"고 VNL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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