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경제 도약에 속도를 내며 유럽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7일 폴란드 그단스크의 유럽 연대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사진=로이터

폴란드는 시장경제체제 바탕의 서유럽과 사회주의체제인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중부유럽 국가다. 위치상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최전선에 있지만 러시아와도 붙어 있어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반세기 동안 두 진영 사이에서 정치적 혼란의 역사를 견뎠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주변 동유럽 국가의 영향을 받아 오랫동안 사회주의체제에 있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급변했다. 구소련 붕괴와 함께 동유럽 국가의 사회주의체제 몰락 이후 경제·외교·안보 등 국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시장경제체제를 흡수하며 경제 성장을 거듭했다.
EU 경제 견인하는 폴란드 경제
폴란드는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의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가장 경제 발전이 기대되는 나라로 올라섰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회사 피치와 투자은행, IMF(국제통화기금), 영국 경제조사기관 EIU 분석 등에 따르면 올해 폴란드는 내수 회복과 EU(유럽연합) 기금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 등 호조 요인에 힘입어 3.3~3.8%의 경제성장률이 전망된다. 올해 폴란드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EU 평균(1.7%) 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폴란드는 실질 임금 증가와 낮은 실업률로 가계 가처분 소득 및 소비 증가도 예측된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0%로 전망되지만 이를 뛰어넘는 최저 및 기업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실질 임금도 뛰었다.

최근 3년 동안 폴란드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22년 7.5% ▲2023년 19.6% ▲2024년 19.4%며 올해는 다소 떨어진 8.5% 상승이 전망된다. 실업률도 EU 평균(6%대)을 크게 하회하는 3%로 전망돼 유럽 최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금리 정책으로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폴란드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2022년 6.75% → 23년 6.25% → 24년 5.75%로 낮춰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하게 돕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방산·보건·인프라 등 경제 촉진 및 공공복지 향상을 위해 대규모 지출에 나서 한국 기업의 현지시장 진출 등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U도 인정한 폴란드의 잠재력
폴란드 정부의 경제 성장 의지에 EU도 화답한다. 현지의 정치적인 이슈로 동결됐던 EU 기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입되기 시작해서다.

폴란드 정부는 법치주의 회복, 언론 개혁, 교사·공무원 급여 인상 등 전 정부에서 EU와 갈등을 겪었던 분야에 대한 개선을 추진했다. EU도 폴란드 정부의 사법권 독립 침해, 표현의 자유 탄압 등 전 정부의 권위주의 정책이 해소됐다고 판단해 그동안 동결됐던 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폴란드는 EU 기금 1조8243억유로(약 2951조원) 가운데 7.3%인 1340억유로(약 216조7000억원)을 배정받았다. 폴란드에 배정된 1340억유로는 경제회복기금(RRF) 580억유로(약 93조8000억원)와 다년지출계획(MFF) 760억유로(약 123조원)로 구성된다.

폴란드 정부는 EU RRF를 활용, 57개 투자 사업과 54개 개혁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국가재건계획'(KPO)을 운영한다. 폴란드는 KPO를 통해 ▲그린 에너지 ▲철도 ▲디지털 인프라 ▲의료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의 다국적 프로젝트 주도국이며 에너지·환경·교통 분야 등의 다양한 공공 입찰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EU의 그린 에너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원자력, 화력발전소 현대화, 폐기물 처리 등 탄소 배출 저감 관련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 확대도 기대된다.

또 올해 상반기 EU 순회의장국도 맡아 유럽 내 존재감을 더욱 높였다. EU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EU 이사회에는 27개 EU 회원국이 순서대로 6개월씩 의장국을 맡으며 EU의 발전을 위한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 어젠다를 찾는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EU의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국의 정책을 EU 법규와 통합하고 EU 차원의 논의 주제로 상정해 EU 내 정치·외교적 위상 제고에 나섰다. 폴란드의 글로벌 무대 도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