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8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신관에서 진행된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과제' 1세션 진행 모습. /사진=염윤경 기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우리의 통화 주권을 강화할 수 있을까,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외환 리스크로 돌아올까."

18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신관에서 진행된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과제' 2025 하계 공동학술대회 제1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통화정책'을 주제 통화당국, 학계, 업계, 법조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블록체인법학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닥사), 디지털금융법포럼의 주최로 변화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제 1세션 기조 발제를 통해 "디지털 유동성 시대에는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을 분리해 다룰 수 없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화 실험은 철저한 통제 설계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먼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정책 교란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실물 결제·송금 수단은 물론 가치 저장 수단으로까지 쓰이고 있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비은행권의 그림자 유동성을 확대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시간 해외 거래가 가능한 구조라면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기존 외환 통제 체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율 안정성, 외환보유액, 자본시장 규제 등 금융 거시정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화의 국제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세계 6위 수출국임에도 원화 결제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RFI(해외외국환업무취급)제도나 시장 개장시간 연장 등으로는 선진국 통화로의 편입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실패의 본질은 결국 외환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 부족"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역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제한적 국제화 실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 전제로는 철저한 통제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회수를 스마트콘트랙트 기반으로 설계하고 지정 금융기관을 통해만 거래되도록 하는 차단형 구조가 핵심"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단순히 민간 발행사의 자본금 수준을 논의할 게 아니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재부의 외환정책과 정합성 있게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원화의 국제화 실험은 통화·외환 정책의 정합성을 내재화한 구조로 출발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인식하고 균형 잡힌 제도 설계를 통해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원 센터장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이용자 보호 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 여부와 별개로 제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90% 이상 점유율을 갖는 상황에서 원화의 활용성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라이즈의 조수한 변호사는 "민간이 통화 창출 기능을 갖게 되는 만큼 은행 수준의 자본요건과 리스크 대응 능력을 전제로 감독 체계가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급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은 분명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외국환거래법 등 현행 법체계와 정합되지 않아 단행법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