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 챔피언십을 제패한 스코티 셰플러(미국).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남자 프로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700만달러) 트로피 '클라렛 저그'를 품었다. 어느덧 4년째 남자 골프를 호령하고 있는 셰플러의 비교 대상은 이제 '전설' 타이거 우즈(미국)가 되고 있다. 당사자는 손사래를 치지만 이미 그는 우즈 못지않은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셰플러는 20일(현지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디오픈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로 2위 해리스 잉글리시(미국·13언더파 271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셰플러는 CJ컵, PGA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이어 올해만 4번째 우승을 차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3승)를 따돌리고 다승 단독 선두가 됐다. 특히 PGA 챔피언십, 디오픈 등 한해 메이저 2승이라는 대업도 일궜다.

이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두 차례(2022년, 2024년) 우승한 그는 US 오픈만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셰플러는 경기 후 "정말 특별한 기분이다. 힘든 한주였고 주말 내내 열심히 싸웠다"면서 "정말 힘든 싸움이었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 그 결과로 트로피를 들게 된 것이 만족스럽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4년 연속 올해의 선수, 상금왕에도 성큼 다가서게 됐다.

스코티 셰플러(미국). ⓒ AFP=뉴스1


셰플러는 최근 4시즌 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였다. 그는 2022년 2월 피닉스 오픈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2개월간 무려 4승을 쓸어 담았다. 4월 이후 우승이 없었지만 2021-22시즌 올해의 선수, 상금왕은 그의 몫이었다.

2022-23시즌엔 2승으로 '주춤'했지만 그럼에도 피닉스 오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했다. 뚜렷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었던 그 시즌, 셰플러는 또 한 번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최저타수 1위까지 차지했다.

2024시즌엔 그야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했다.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시즌 대미를 장식하는 투어 챔피언십까지, 무려 7승을 쓸어 담았다. 여기에 8월에 열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차지했으니,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즈와 비교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PGA투어에서 한 시즌 7승을 쓸어 담은 것이 2007년 우즈 이후 17년 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셰플러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작년만큼 많은 우승은 아니지만 4승 중 2승이 메이저대회였다. 또 우승한 대회에서 2위와 최소 4타 이상의 격차를 벌렸으며 CJ컵에선 무려 8타 차로 압도했다. 감을 잡기 시작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선수였다는 이야기다.

스코티 셰플러(미국). ⓒ AFP=뉴스1


PGA 첫승을 올린 2022년 2월부터 불과 3년 6개월 사이 17승, 메이저 4승을 기록한 셰플러에게 현재 적수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동료들은 셰플러를 우즈와 비교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디오픈 우승자였지만 셰플러에게 왕좌를 빼앗긴 잰더 쇼플리(미국)는 "타이거만큼 압도적인 선수가 이렇게 빨리 등장할 줄은 생각 못 했다"면서 "스코티는 압도적이다. 승승장구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2년 넘게 압도적인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한때 '우즈의 후계자'로 불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골프 역사상 그와 맞먹는 선수는 2~3명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도 "셰플러가 지금처럼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 모두가 그를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스코티 셰플러(미국). ⓒ AFP=뉴스1


다만 셰플러는 우즈와의 비교가 아직은 이르다고 했다. 그는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15승이나 했고, 나는 이제 겨우 4분의 1 정도 왔을 뿐"이라며 "우즈와 나를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타이거는 골프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내가 성장하는 데도 많은 영감을 줬다"면서 "우즈는 정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고 특별한 선수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우승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셰플러는 "연습할 때 동기부여는 경기장에 나가서 내 꿈을 실현하는 것뿐"이라면서 "프로골프 선수가 됐기 때문에, 언제든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