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 빙과류(K아이스크림) 수출이 655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5320만달러였으니 20% 넘게 늘어난 셈입니다. 2020년 6067만달러였던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9841만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안타깝게 달성하지 못한 1억달러를 올해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K아이스크림은 미국 캐나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등 6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약 15억 인구의 인도에서 낭보가 터졌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3월 인도에서 출시한 'Krunch'(돼지바)는 3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와 매출 1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선풍적인 인기입니다.
세계 60여개국에서 사랑받는 K아이스크림의 시작은 초라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아이스께끼'(아이스케이크의 일본식 발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신문을 보면 아이스께끼와 같이 찬 것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탕이나 사카린을 잔뜩 넣은 단물을 얼린 것으로 위생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을 거치며 신산스러웠던 세월을 보냈던 어린이들에게 잠시 위안을 주었던 여름 간식이었습니다.
1960년대 이르러 현재와 같은 아이스크림이 등장했습니다. 1962년 삼강유지화학(롯데웰푸드)에서 선보인 '삼강하드'입니다. 막대형 아이스크림을 '하드'라고 부르는 것은 이 제품의 영향입니다. 삼강하드는 수작업에 의존했던 아이스께끼와 달리 위생적인 공정과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아이스크림의 산업화를 이끌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명품 하드'가 잇달아 등장합니다. 아맛나(1972년) 누가바(1974년) 비비빅(1975년) 바밤바(1976년) 등은 지금도 사랑받는 막대형 아이스크림입니다. '하드'를 넘어선 아이스크림이 신기원을 엽니다. 부라보콘(1970년)과 투게더(1974년)가 부드러움으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죠. 부라보콘은 2010년까지 40년간 40억개가 팔려 가장 많이 판매된 아이스크림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올랐습니다. 투게더는 '부잣집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여겨졌습니다.
1980~1990년대는 K아이스크림의 전성시대였습니다. 국내 최초 튜브형 아이스크림 빠삐꼬(1981년)를 필두로 구구(1985년) 수박바(1986년) 더위사냥(1989년) 붕어싸만코(1991년) 메로나(1992년) 더블비안코(1993년) 등 다양한 맛과 형태, 색다른 아이디어로 K아이스크림의 경쟁력이 갖춰진 시기로 평가됩니다. 메로나는 비싼 멜론의 맛을 몇백원에 맛볼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국인을 사로잡았던 메로나의 맛은 세계인의 감탄을 사고 있습니다.
메로나는 '과일맛이 나는 바(Bar) 아이스크림'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네요. 해외에서는 딸기, 망고, 코코넛 등 다양한 맛으로 출시됐고 투게더처럼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홈사이즈 제품도 있다고 합니다. 메로나는 지난해 해외에서 1억6000만개가 팔렸는데 올해는 2억개 판매에 도전합니다.
해외에서 K아이스크림의 인기 비결은 다양합니다. 독특하고 차별화한 맛, 합리적인 가격, 현지화 전략과 국가별 맞춤 마케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기에는 드라마,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K컬처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빠뜨릴 수 없겠죠. 업계 측면에선 '규모의 경제'가 만든 경쟁력을 꼽고 싶습니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결단은 선견지명으로 평가됩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 합병 이후 빙과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고 거침없는 K아이스크림 행보를 이끌고 있습니다. K아이스크림의 쌍두마차인 롯데웰푸드도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옛 롯데삼강)를 합치면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K아이스크림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수출 1억달러에 만족할 순 없습니다. '빙그레' 미소 짓는 K아이스크림이 라면, 김치, 만두와 더불어 K푸드를 선도하며 함박웃음을 지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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