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올 하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이 약 3조원 넘게 줄어든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인 6·27 규제 후속 조치로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대출한도 줄이기에 돌입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금융당국의 자료요구·제출시스템(CPC)을 통해 하반기 새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정책대출 제외)를 약 3조6000억원으로 수정해 제출했다. 올해 초 잡았던 목표액은 7조2000억원(연간 14조5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상반기 가계대출 실적에 따라 축소율이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은행별 구체적인 목표액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하반기에 갈수록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의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7을 기록했다. 지수가 마이너스이면 은행이 대출을 더 깐깐하게 내준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가계 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1로 2분기(-11)보다 크게 떨어졌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줄줄이 중단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가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수요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를 지난 18일 기준 연 3.70~5.11%로 지난 11일(연 3.69~5.10%)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6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2.54%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내렸지만 은행이 가산금리를 2.47%에서 2.57%로 0.10%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도 연 4.19~5.49%로 같은 기간 4.18~5.48%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가산금리를 2.85%에서 2.95%로 0.10%포인트 인상한 영향이다. 우리은행은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3.63~4.83%로 기존 3.59~4.79% 대비 0.04%포인트 올라갔다.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은행이 가산금리를 0.01%포인트 올린 영향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대출 초과 은행들에 페널티를 꺼내든 만큼 연말까지는 대출을 조이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월별·분기별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대출모집인 대출 중단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2조5846억원이 늘어난 757조41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평균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출 막차'가 몰렸던 지난 6월 영업일당 평균 3554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었으나 7월 한 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